육군 소령부터 말단 하사까지 군간부들의 보디프로필이 SNS에 올라와 있는 모습. 이는 군인복제령 위반으로, ‘군인의 이미지 인플레이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메트로신문 제공
육군 소령부터 말단 하사까지 군간부들의 보디프로필이 SNS에 올라와 있는 모습. 이는 군인복제령 위반으로, ‘군인의 이미지 인플레이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메트로신문 제공
“고참이 신병 눈치 보는 군대” …담배 물고 흡연장 이동 신병에 쓴소리 했다가 전출당한 병장
장병 인권 강화 위한 ‘흡연 두발 복장’ 완화…“거꾸로 가는 군대” 군기강 해이 목소리도


최근 병영 내 장병 인권 강화를 이유로 흡연, 두발, 복장 등에 대한 제한이 크게 완화되는 가운데 일반사회와 엄격히 구분돼야 할 군의 기본 규율과 법령까지 해치는 바람에 군 기강해이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임병들이 규율을 지키지 않는 신병들 눈치를 보고, 벗은 알몸을 과시하는 장교·부사관 사진이 SNS에 버젓이 올라오는데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요즘 군대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군인들도 셀럽처럼 자신의 외모를 자랑하는 것은 자유지만, 군법등 규정을 위반하면 군의 규율과 질서가 흐트러진다. 군 안팎에서는 언제부터인지 SNS를 이용해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섹시하고 젊은 ‘셀럽(celeb·유명인)’을 양성하는 사관학교가 된 것이 된 것 아닌지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군복을 자신의 몸매 자랑에 이용하는 장교와 부사관들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다. 일부 간부는 자신의 소속 부대가 노출되면서 문제가 되자 사진을 내렸지만, 그 자리를 다른 군인들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보디프로필을 찍어주는 민간 스튜디오까지 나서 제복 입고 몸매를 자랑하는 군인 사진을 홍보 수단으로 올리고 있다.

21사단에서 전역한 모 여군장교는 전역 당일 브이로그를 유튜브에 올렸다. 풀어헤친 머리로 부대 곳곳을 여과 없이 찍었지만, 군 당국이 내린 조치는 일부 영상의 모자이크 처리가 고작이었다. 최근에 자신을 육사 출신 15년 차 군인이라고 소개한 현역 소령이 반라의 정복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논란이 됐다.‘#육군사관학교’ ‘#장교’ 해시태그도 버젓이 달았다.

군인으로서 ‘몸짱’인 것은 자랑스럽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자랑하는 수단으로 군복을 이용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군인의 복장과 착용에 대한 사항은 대통령령인 ‘군인복제령’과 국방부령인 ‘부대관리훈령’에 군인의 품위를 유지하도록 명시돼 있다. 자신의 몸을 인스타그램 등에 뽐내기 위한 수단으로 제복착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담배를 입에 물고 흡연장으로 이동하는 일부 신병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가 간부 지적을 받고 타 부대로 전출당한 육군 병장 사례도 회자되고 있다.

모 사단 포병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고 밝힌 병장 A 씨는 지난 1월 말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새로 들어오는 신병들의 눈치를 고참들이 봐야 한다”며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A 씨는 신병들이 “슬리퍼를 신고 막사 외부를 돌아다니고, 입에 담배를 문 채 흡연장까지 이동했으며, 군번줄을 착용하지 않았고, 전우조 활동을 하지 않고 혼자 막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화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병들의 이 같은 행동에 충격을 받은 A 씨는 주의를 줬지만, 신병들은 “간부들이 해도 된다고 했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부대 행정보급관(행보관)은 모든 분대원을 집합시킨 자리에서 A 씨 등 선임급 병사들을 향해 “너네가 (신병들보다) 나은 게 뭔데, 너네가 잘하는 게 도대체 뭐냐. 너네 할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왜 애들한테 뭐라고 하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결국 신병들과 마찰 끝에 군대 내 부조리 신고 시스템인 ‘마음의 편지’에 A 씨의 이름이 올라간 뒤 그는 타 부대로 전출됐다. 일부 네티즌은 “이게 군대냐” “군대가 거꾸로 돌아간다” “상하 위계질서가 다 박살 났다”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 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뭐가 문제냐” “선진 병영화돼 가고 있어 그저 보기 좋다” 등의 반론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국방일보 신문 지면에 실린 병사들의 사진을 두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사진에 나오는 병사들의 머리가 자신보다 더 길다’고 지적한 것을 계기로 국방일보가 자체적으로 온라인 기사에서 사진을 삭제해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자 국방일보에 ‘환경보호 넘어 저장공간도 해결 일석이조’라는 기사에서 친환경 포장재를 들고 있는 병사 사진이 실렸다. 그런데 11일 오후부터 병사들의 사진이 온라인 기사에서 돌연 사라졌다. 국방홍보원이 서 장관의 ‘심기’에 맞춰 신문 지면에 실렸던 사진을 온라인 기사에서는 삭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 장관이 국방일보 기사를 보고 사진에 나오는 병사들의 머리가 자신보다 더 길다고 지적했다”며 “병사들이 국방일보 기사에 나올 경우 두발이나 복장을 미리미리 살펴보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 장관이 국방일보의 사진 삭제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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