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 왼쪽부터 한호영·정춘기·어윤정 병장. 뒷줄 왼쪽부터 박종은·최훈영·정광수 병장 그리고 필자.
앞줄 왼쪽부터 한호영·정춘기·어윤정 병장. 뒷줄 왼쪽부터 박종은·최훈영·정광수 병장 그리고 필자.

■ 보고싶습니다
- 1980∼1983년 인제 12사단 정비대 전우들


앨범 속 사진을 정리하다가 문득 푸른 제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던 모습의 색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40년 전 어느 봄날 강원 인제군에서 군 복무 중 휴식시간에 전우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그때는 참 힘들게 느껴져 전역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국방부 시계만 쳐다보던 어려운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지금 사진을 보니 그립기도 하고 옛 전우들 소식이 궁금하고, 보고 싶습니다.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전선에 참호도 구축하고 험악한 동부전선 산하를 누비며 철모를 눌러쓰고 총 들고 긴장감이 감도는 최전선을 지켰습니다. 푸른 숲이 우거진 신록의 계절에는 칠성고개 넘어 사격장에서 밤낮으로 수천 발의 사격을 하던 때를 생각하면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수천 발의 총알을 표적지에 백발백중하고 부대 우수 사격병으로 선발돼 전우들의 부러움과 시기를 한몸에 받고 포상 휴가를 가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해 봐도 웃음이 납니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가을에 오색 단풍이 들면 월동 준비로 험준한 전선에서 싸리나무 작업을 했던 시절도 있었지요. 계급 없는 유격장에 일주일 동안 출정해 다 떨어진 훈련복에 몸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건강하고 늠름했었지요.

진짜 군대생활은 겨울이라고 했던가요. 특히 그곳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몹시도 추운 곳이었습니다. 겨울이면 연병장에 쌓인 폭설을 삽과 괭이, 빗자루를 들고 밤낮으로 지겨울 만큼 치우곤 했지요. 그때는 왜 그렇게도 춥고 배고팠던지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때처럼 겨울이 되고 보니 전우들의 얼굴이 한 명씩 떠오르고, 보고 싶어집니다. 길고 긴 33개월 혹독한 병영생활로 강인함과 인내를 배울 수 있었던 내 청춘 20대에 함께 고생했던 전우들이 오늘따라 추억과 그리움이 돼 유난히 사무칩니다.

강원 인제 원통.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죽겠구나’라는 군대용어가 유명한 12사단 장비 정비대에서, 동부전선 최전선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기들. 그 전우들의 얼굴을 한 명씩 떠올리며 이름을 불러 봅니다. 박종은·한호영·김문곤·정연칠·어윤정·손민기·김병삼 병장 등. 40년이 지난 지금도 얼굴과 이름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만 닿는다면 꼭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이응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