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에 위스키를 가미해 ‘어른의 맛’을 구현한 위스키 크루아상과 단면. 주문 직후에 크림을 채워 넣어 크루아상의 바삭한 식감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크림에 위스키를 가미해 ‘어른의 맛’을 구현한 위스키 크루아상과 단면. 주문 직후에 크림을 채워 넣어 크루아상의 바삭한 식감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용산 ‘락희’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서울 용산의 작은 빵집이 있습니다. 작고 단정하게 관리된 홀과 넓은 키친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젊은 베이커가 있는, ‘락희’라는 이름의 4개월 차 신생 빵집입니다. 이곳이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은 독특한 메뉴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위스키의 향을 담은 커스터드 필링을 꽉 채운 크루아상이 그 주인공입니다.

‘삶에 좋은 에너지원을 만들자’는 모토로 빵을 만드는 김민혁 베이커는 왜 위스키를 선택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커피와 위스키, 시가 등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취향이라는 멋진 옷을 입혀줄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지요. 어른들의 즐거운 쾌락이자 향을 머금고 비강으로 스며드는 풍미를 주는 위스키. 그것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크루아상 프로젝트는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의미가 깊어집니다. 우리 밀 크루아상을 알리려 하는데 토핑을 올려 완성한 제품으로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고 생각해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커스터드 크림에 위스키들을 마시고 느낀 점을 담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학부 시절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제빵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외식업에 관심이 많아졌고 한국에서 나는 식재료를 멋지게 재해석하는 외식업장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습니다. 특히 로컬 식재료와 발효에 관심이 높은 베이커 채드 로버트슨이 이끄는 ‘타르틴 서울’에서 근무했던 경험 또한 크나큰 자산이 됐다고 합니다. 우리 밀부터 우리 농산물, 된장 등을 이용해 다양한 빵과 페이스트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바른 먹거리 문화를 형성하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자유로이 만들 수 있는 업장을 오픈한 지 이제 4개월. 용산의 언덕 위에 첫 매장을 내게 됐지만 벌써 알음알음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말한 위스키 크루아상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란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넣은 크림을 베어 무는 첫 느낌은 보드랍다가, 중간부터 피니시까지 강렬한 힘을 펼치는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글렌로시스 18년산’ 위스키 크루아상은 아란과는 다르게 더욱 복합적이며 피니시에서는 후추의 향취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새롭습니다. 특히 주문과 동시에 크림을 채워주는 시스템이라 바삭한 크루아상의 조직감까지 더해졌을 때 꽉 차오르는 맛의 완성도가 뛰어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금강밀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 앉은밀과 아리흑 등을 활용하는, 점진적인 시도들을 할 예정입니다. 우리 밀이 작업성이 크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약한 글루텐 구조로 먹었을 때 속이 편합니다. 이에 밀의 결을 무너뜨려 버터 향이 쉽게 흡수, 증폭되는 효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숯불 앞에서 치즈케이크 또는 크렘 브륄레를 먹는 듯한 느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https://www.instagram.com/rucky_official_/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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