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3대 멀티플렉스 20여곳 영업 중단
설연휴 예매율 1·2위 영화도 90% 가까이 좌석 비어
제작사 · 투자 배급사들도 신작 개봉 꺼려 ‘쇠퇴 악순환’
콘텐츠 공백 메우기 위해 공연·강연·스포츠 등 생중계
극장을 ‘클라이밍짐’으로 완전히 ‘리모델링’ 하거나
호텔·침대 상영관 등 모티브 삼아 내부공간 꾸미기도
“극장은 부활할 수 있을까?”
올해 설 연휴가 끝난 이후 충무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한숨 섞인 대화가 오갔다. ‘해적 : 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 두 작품이 야심 차게 개봉했지만 닷새간의 연휴 동안 100만 명 남짓 모으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예매율 1, 2위를 기록한 두 영화의 좌석판매율은 각각 11.6%, 11.3%. 100석 중 88석이 비었다는 의미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극장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관객 수 급감으로 인한 잇단 폐점
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으로 꼽힌다. 밀집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와 2시간 이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졌다. 정작 극장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지만, 2020년 4월에는 전년도 대비 관객 수가 무려 94%가량 감소했다. 이후 조금씩 회복했다고 하지만 불황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의 지점 약 20개가 영업을 중단했다. CGV는 올해 대구이시아점, 인천공항점 등이 문을 닫았다. 후발 투자배급사인 NEW가 운영하는 극장 체인인 씨네Q가 대구이시아점을 이어받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극장 산업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극장의 특성상 장소 임대 기간이 길고 용도변경이 어렵다는 것도 극장 업계의 붕괴를 부추겼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위탁영업을 하는 극장 점주가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고, 직영점의 경우 임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적자가 발생해도 쉽사리 폐점할 수 없다”면서 “스크린을 걸기 위해 여러 층을 터서 사용하기 때문에 임의로 구조를 바꾸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新 문화 테마 공간으로 변모
극장 쇠퇴의 또 다른 요인은, 관객들을 불러모을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배급사나 제작사들이 신작 개봉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콘텐츠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각 멀티플렉스는 강연이나 클래식 공연, 스포츠 및 결혼식 생중계 등 극장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는 자구책을 찾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CGV피카디리1958에 오픈한 클라이밍짐 ‘피커스’는 극장 공간을 완전히 리모델링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기존 상영관 2개를 개조한 실내 클라이밍짐으로, 매주 1000명 넘는 사람이 찾고 있다. 기존 6개관에서는 영화를 상영하고, 나머지 2개관에서는 클라이밍을 즐기는 멀티플레이존을 형성한 셈이다.
오수진 CGV 공간콘텐츠팀장은 “영화와 같이 고객들이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여가가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한 측면에서 건강관리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스포츠를 고민했다”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인 클라이밍이 상영관의 높은 층고와 접근성 좋은 지리적 특성과 맞물려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창궐 이후 이 흐름에 발맞추려는 멀티플렉스의 노력은 계속돼왔다. 지난해 초에는 CGV신촌아트레온에서 신인 코미디언들이 극장을 무대 공간으로 활용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을 진행했고, 영사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형 스크린으로 게임을 즐기는 대관 플랫폼 아지트엑스 서비스도 론칭했다.
극장을 통해 클래식과 발레 등 순수문화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도 이어졌다. CGV는 기타, 첼로 라이브 연주를 즐기는 ‘윤지원의 클래식하게’를 진행했다. 메가박스는 공연 콘텐츠 제작·유통 업체인 위즈온센과 손잡고 지난해 말 ‘볼쇼이 발레 인 시네마’를 시작으로 클래식 발레의 대표작인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롯데시네마는 국립극장 공연 실황을 비롯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측은 “국립극장과는 지난해 6월부터 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도 기회가 닿으면 지속적으로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극장 자체를 새로운 테마 공간으로 만드는 시도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CGV는 호텔 스위트룸을 모티브로 극장 내부를 꾸민 ‘스위트 시네마’, 침대 상영관 ‘템퍼시네마’ 등을 운영 중이다. 또 극장의 주요 수익을 담당하는 팝콘 등 매점 매출 감소에 대비해 각 멀티플렉스는 집으로 가져가 먹을 수 있는 포장 패키지를 인하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양질의 영화가 공급돼 극장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영화 평론가는 “최근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750만 관객을 모았다. 이는 ‘볼 영화는 본다’는 의미”라면서 “결국 다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을 퀄리티 높은 콘텐츠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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