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자산’ 예·적금으로 몰리는 시중 자금

정기·수시입출금예금 등
작년말 대비 20.9兆 늘어

기준금리 세차례 오르자
신한은행 최고 4.4% 금리
전북은행은 특판 최대 6%

첫거래·제휴카드실적 등
우대 조건 채우기 어려워


주식 등 위험자산에 쏠려있던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인 예·적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뜻의 ‘예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공격적이던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대신 높아진 금리를 이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월 말 기준 원화 수신액이 1788조552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34조1928억 원 증가했다. 수신액은 거래 상대방에서 받은 자금의 총합이다. 예·적금, 원화표시 금융채 발행액, 양도성예금증서(CD) 순발행액,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액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수신액 증가는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은 지난해 12월 말 대비 11조8410억 원, 수시입출식예금은 9조1311억 원 불어났다. 은행의 수신잔액은 통상 1% 안팎으로 움직이는데, 지난달에는 1.9%나 늘어났다.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겨봐야 이자를 거의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예금이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사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 올리면서 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기준 하나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1.9%,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는 연 1.63%다.

시중은행의 특판상품은 금리가 더 높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7일부터 정기예금과 적립식 예금 36종의 예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첫 거래를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는 ‘안녕 반가워 적금’을 내놨는데 1년 만기 최고 연 4.4%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부터 예·적금 등 수신상품 32종의 금리를 0.1~0.3%포인트 올렸다. ‘우리 수퍼 정기예금’은 최고 연 1.45%에서 1.7%로, ‘원(WON) 적금’은 최고 연 2.5%에서 최고 연 2.6%로 올렸다. 지방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로 고객유치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북은행의 특판 저금상품인 ‘JB카드 재테크 적금’은 체크·신용카드 실적 등을 만족하면 최대 연 6%까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구은행이 출시한 ‘DGB주거래우대예금’도 최대 연 2.16%의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강화된 대출규제로 여신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에 수신고가 늘어나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예·적금 금리를 굳이 높이지 않아도 은행 대비 금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기준 SBI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를 연 2.45%에서 연 2.4%로 인하했다. OK저축은행도 지난달 개인고객 대상 기준 중도해지 OK정기예금369의 금리를 연 2.2%에서 연 1.6%로 내렸다.

은행이 이처럼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한동안 중단됐던 ‘예대율 100% 규제’가 오는 4월부터 재개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대율 100% 규제는 은행이 갖고 있는 예금 잔액 대비 대출 비율이 100%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규제다. 대출해 주려면 은행이 예금을 넉넉히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들어온 자금을 묶어놔야 하기 때문에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예금 쏠림 현상이 단기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은행의 예·적금으로 잠시 도피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금리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년 단위가 아닌 6개월짜리 단기 상품이 더 선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식 금리를 적용한 회전식 정기 예금 상품도 금리 상승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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