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 논설고문

요즘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뼈아픈 구석도 있다. 일본·중국 시장이다. 일본에서 현대차는 2001년부터 9년간 총 1만5000대 판매에 그치면서 철수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후 최근까지 현대차는 일본 시장을 포기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요즘 현지 소비자들의 외면이 심각할 정도다. 지난해 중국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38만5000대로 추락했다. 2020년 대비 23% 줄어든 수치다. 기아의 중국 판매량도 15만2000대로 39% 급감했다. 2010년대 초·중반만 해도 현대차는 100만 대 이상 판매를 자랑했으나 지금은 ‘몰락’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국 자동차 업계의 분위기다.

품질 면에서 경쟁사들에 뒤떨어진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최근 들어 품질과 디자인 혁신에서 현대차·기아의 비약은 눈부실 정도다. 유럽과 미국 시장의 판매량 변화가 이를 입증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에도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48만9118대라는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진출 초기만 해도 발음과 로고가 비슷해 ‘혼다 짝퉁’이냐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지만, 작년에는 드디어 일본 혼다를 제치고 판매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인기와 함께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기아가 1991년 영국 시장에 진출한 지 31년 만에 월간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등은 뒷자리였다.

독일에서도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이 눈에 띈다. 상위 10개 브랜드 중 전년보다 판매량이 늘어난 곳은 오펠과 현대차그룹뿐이다.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선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독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 왕국이다. 그런데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품질과 디자인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반면 중국에서 싸구려 평가를 받고 있고, 일본에서는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품질과 디자인 때문은 아니라고 봐도 좋다. 현대차 장재훈 사장은 최근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 보겠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환영받는 현대차·기아가 일본과 중국에서만 고전하는 숨겨진 이유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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