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월 추경은 대선 개입
증액해도 자영업 손실 못 메워
尹 50兆 선점에 李 ‘매표’ 難望
국민 이젠 공짜 유혹 안 넘어가
물가·금리 더 올려 후폭풍 예고
대선 후 ‘공무원 반기’ 늘 수도
문재인 정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또 넘었다. 3·9 대선을 지원하려고 14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또 짰다. 국회가 올해 본예산을 확정한 게 지난해 12월 3일인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 더구나 1월 추경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지난해 세금을 무려 61조 원이나 더 거뒀다는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독촉에 오는 4월 예정된 결산도 하기 전에 돈을 서둘러 빼 쓰려는 것이다. 나랏빚을 먼저 갚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 위반은 물론이고, 명백한 대선 개입이다. 또 하나의 오점을 추가하고 말았다.
이런 추경은 그 자체로 올 예산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셈이다. 정부안은 오미크론 피해를 본 자영업·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1인당 300만 원을 주는 게 골자다. 그러나 국회가 예산을 협의했던 지난해 12월에도 자영업은 피해가 컸다. 이제 와서 지원금 운운은 우롱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추경을 수용하며 ‘사각지대 해소’ ‘국회의 조속한 처리’ 등을 언급한 것부터 자기 부정이다. 14조 원짜리 추경도 11조3000억 원의 국채를 찍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 해당 상임위는 1인당 1000만 원까지 주자며 추경 규모를 이미 40조 원 더 늘렸고, 여야 간에는 35조 원·50조 원이 거론된다. 문 정부는 협상안이랍시고 16조 원으로 또 올렸다. 오죽하면 대놓고 매표용 추경까지 만드는 것인지 참 딱하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오판투성이다. 대략 잡아도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추경을 아무리 늘려도 자영업자 손실을 메우기엔 턱도 없다. 1인당 300만 원이든, 500만 원이든 당사자에겐 새 발의 피일 뿐이다. 문 정부가 2년여 동안 업종 특성과 무관하게 영업시간과 손님 수를 조금 늘렸다가 줄이는 1차원적 방역대책을 반복하는 사이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누적 피해액은 가히 수백조 원으로 커졌다. 몇백만 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이들이 고마워할 것으로 본다면 엄청난 착각이자 오만이다. 배정이 공정하지도 않다. 둘째, 순전히 정치적 매표 효과만 봐도 여권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신선하지도 않고 차별성도 없어 표를 모을 효용성이 떨어진다. 윤석열 후보가 진작에 50조 원 지원과 추경을 선점한 뒤여서 그렇다. 이 후보든 문 정부든 윤 후보의 말에 끌려 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게 된 것이다. 문 정부의 추경 남발로 이제 추경은 다들 굳이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지경이 됐다.
셋째,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지만, 국민이 더는 이런 유혹에 잘 안 넘어간다는 점이다. 여권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편 지원금을 푸는 추경 덕에 대승했다는 추억에 갇혀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듬해인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14조9000억 원의 3월 추경을 짜고도 참패했다. 또, 지난해 11월엔 이 후보의 전 국민 보편 지원금에 대해 국민 70%가 선별 지원이 옳다며 반대해 이 후보가 선별 지급으로 선회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끝으로,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다. 적자 국채 대량 발행으로 추경 수십조 원을 조달해 풀면 급등세인 금리·물가를 더 올려 국민 고통을 키울 판이다. 가뜩이나 문 정부가 대선 악재가 될까 봐 틀어막고 있는 전력요금·공공요금·대중교통 요금 등이 줄인상을 대기 중이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줄고, 추경 지원금에 의한 이전소득 효과도 감소하게 된다. 게다가 시중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부담도 더 커진다. 벌써 국고채 금리는 7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하다.
두 달여 남은 문 정부의 국정이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정권 교체기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내지 배반의 시기다. 임기 말 문 정부는 더할 것이다. 이미 전조가 보인다. 탈원전 주무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이반 조짐이 대표적이다. 재정 고갈의 주역인 기획재정부에서도 장·차관보다 오래 공무원을 해야 하는 일선 사무관들이 반기를 들고나올지 모른다. 3·9 대선이 야당의 정권교체로 귀결되면 배반은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할 것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 공무원들도 잠잠할 리 없다. 문 정부 임기가 끝나는 5월 9일까지 폭풍 전야같이 뒤숭숭한 날들이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잘못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결정적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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