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박정희 치적 잇따라 거론해
尹, 盧의 고뇌 언급 울컥하기도
중도 부동층 공략작전 해석 속
“이기고 보자식 메시지 남발만”

진중권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누가 당선돼도 미래는 어두워”


20대 대선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상대 진영 출신 전직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장면으로 부동층이 어느 때보다 많은 이번 대선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각 후보 측이 기만적 전략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에 대해 계속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16일 “이 후보가 역대 대통령들 모두 공과 과가 있다고 일관되게 얘기해 왔다”며 “독재 행태로 비판받는 역대 대통령의 성과도 그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15일) 부산과 대구 유세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이 후보는 “저는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이냐, 박정희 정책이냐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토목공사 적극 추진과 함께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게 민주당 쪽의 반응이다.

윤 후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계속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진보 진영에서 떨어져 나온 부동층에 호소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2007년 노 전 대통령께서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하셨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최근 현 정부를 비판할 때 ‘문재인 정부’라고 표현하지 않고 ‘민주당 정부’라고 말해 왔다. 그는 전날 대구 유세에서도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이 어땠냐”며 “국민을 약탈하고 혈세를 낭비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른바 적폐 수사 발언을 두고 사과를 요구할 때도 “우리 문 대통령님과 같은 생각”이라며 정면충돌을 피했다. 후보들의 이 같은 모습은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면서 중도 부동층 공략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통적 중도층에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 일부가 이 후보에게서 이탈하면서 중도층이 많아졌다. 또 선거가 지역 구도에서 세대 구도로 바뀌면서 기존과 다른 선거 전략도 요구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각 후보가 이른바 ‘산토끼’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후보들이 과연 일관된 발언을 했는지는 의문으로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언행만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재평가 없이 ‘이기고 보자’는 식의 메시지만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가 혼탁 양상으로 흘러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라서 어차피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나 윤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래가 어둡다는 의미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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