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노동존중사회는 택배노조의 불법·폭력 파업으로 우습게 됐다. 지난 10일 민주노총 소속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200여 명이 CJ대한통운 본사를 무단 점거하면서 망치 등을 이용해 출입문을 훼손하고 CCTV도 테이프로 가렸다. 게다가 시설물을 지키는 CJ대한통운 직원들로 구성된 ‘진짜’ 노조 조합원을 포함한 30여 명을 집단 폭행했다. 하지만 경찰 등 공권력은 택배노조가 재산권을 침해하고 폭력을 휘둘러도 지켜만 봤다. 또,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비노조 택배기사의 작업을 방해하고 폭력까지 휘둘렀다. CJ대한통운에 소속된 택배기사의 8%만 택배노조에 속하지만, 나머지 92%인 비노조 택배기사는 이들의 위력에 눌려 꿈쩍도 못 했던 것이다.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않으면 노동존중사회는 불가능하다. 불법 파업을 벌이는 소수의 노동자는 보호받는 반면, 법을 지키며 성실하게 사는 대다수 노동자는 손해를 본다. CJ대한통운 불법 점거와 폭력 사태는 노동존중사회가 불법파업 방치사회와 노조특권사회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노노갈등사회로 변질돼 노동 존중은 고사하고 인명 존중마저 어려워졌다. 지난해 김포의 한 택배회사 대리점 점주가 택배노조의 폭언과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들은 법의 심판을 피해 갔다. 그러자 대리점 점주의 부인은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불법 점거와 폭력에 충격을 받아 ‘국가는 어디에 있느냐’고 개탄했다.

택배노조 설립 당시부터 법치주의가 흔들렸다. 노조는 근로자의 권익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다. 택배기사는 노동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문 정부는 노조로 인정해 줬다. 근로자의 범위를 이렇게 확대하려면 노조 제도부터 재설계했어야 했다. 정부의 조치대로라면 대리점 점주도 근로자라고 주장할 수 있다. 택배노조의 단체교섭도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 노동법상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CJ대한통운이 아니라 대리점 점주다. 택배회사는 대리점과 도급계약을, 또 대리점은 택배기사와 위탁계약을 하고, 택배기사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일한다. 국가가 노조를 보호하는 이유는 저임금 문제 등인데,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경우 월 700만 원 정도의 고소득이기에 택배노조 인정이 무리했다는 비판이 더 컸다.

우리나라는 불법·폭력이 택배노조만이 아니라 건설노조 등에 만연해 있다. 문 대통령의 노동존중사회의 오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차기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는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불법·폭력은 문명화와 인간성에 역행하기에 대통령 후보들의 일치된 입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3·9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인식 차이가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 대통령처럼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하면서 ‘친(親)노동이 친기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에서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기에 불법파업의 방치와 노조특권의 강화가 우려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노사 모두 법을 지켜야 한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불법폭력파업을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에게는 법치주의를 실천할 노동 개혁의 약속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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