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경)는 인천 연수구에서 무역 관련 회사에 근무 중이에요. 저희는 2015년 9월, 제 모교인 덕성여대에서 처음 만났어요. 남편은 폴란드에서 온 교환학생이었고 저는 남편의 한국어 실력 향상을 도와주는 ‘버디(buddy)’였답니다. 저희가 매칭된 건 저와 그랙이 모두 역사학을 전공해서인 것 같아요. 버디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 첫날, 훈훈한 남학생(그랙) 옆에 앉아 계획표를 작성하는데 너무 긴장해서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이후 저희 둘은 주말 빼고 매일 만났어요.
그랙은 당시 한국전쟁사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었어요. 저는 그랙의 자료 조사를 아주 적극적으로 도와줬죠. 도서관부터 박물관, 비무장지대(DMZ), 고궁 등 역사 관련 유적지나 자료가 될 만한 곳이 있는 데를 찾아다녔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서로 호감이 커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한 달 정도 버디로 지내던 어느 날, 그랙을 포함한 친구들과 한강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치킨을 먹었는데요. 친구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그랙이 제게 “나는 너를 너무 좋아해. 내가 3개월 뒤에 한국을 떠나지만 너를 보기 위해 꼭 돌아올거야”라고 말했어요. 너무 진지한 표정이라 가슴이 쿵쾅쿵쾅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저는 그랙을 만나러 폴란드로 향했습니다. 1년쯤 그랙과 함께 살았죠. 어느 날 방문을 열었는데 그랙이 거실에서 무릎을 꿇고 제게 “결혼해 줄래?”라고 말했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몇 초 동안 얼음이 됐습니다. 당연히 승낙했죠. 그날 저녁 스테이크에 와인이라도 마셔야 했는데…. 집에서 신라면에 와인을 곁들여 3~4시간 수다를 떨었던 게 기억납니다.
저희는 2019년 3월 폴란드에서 혼인신고를 했어요. 코로나19 탓에 아직 결혼식은 못 올렸습니다. 지금은 그랙이 어린이집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한국살이를 하고 있네요. 예쁜 아기 천사가 찾아와주길 기대합니다. 사랑해, 그랙!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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