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회관에서 주최한 ‘국민연금 대표소송, 이대론 안 된다’ 긴급진단 좌담회에서 이동근(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과 최준선(오른쪽) 성균관대 명예교수,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가 추진되는 방안의 각종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문화일보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회관에서 주최한 ‘국민연금 대표소송, 이대론 안 된다’ 긴급진단 좌담회에서 이동근(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과 최준선(오른쪽) 성균관대 명예교수,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가 추진되는 방안의 각종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국민연금 대표소송, 이대론 안된다’ 긴급진단 좌담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


사회 = 이관범 산업부 차장, 정리=이정민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주주대표 소송 권한을 넘기면 기업을 여론 재판과 해외 투기 펀드의 먹잇감으로 내몰게 될 것입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과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문화일보가 ‘국민연금 대표소송, 이대론 안 된다’를 주제로 진행한 전문가 긴급진단 좌담회에서 “정부 기관이나 다름없는 국민연금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기 시작하면 한국 정부만 믿고 소송에 뛰어드는 해외 투기 펀드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과 산업, 기업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수탁위에 맡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기업에 대한 여론 재판을 조장하고 개별 기업의 경영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연금 사회주의’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오는 25일 기금운용위를 열고 주주대표 소송 권한을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들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쳐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가 함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제언했다. 좌담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회관에서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수탁위에 대표소송 권한을 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예상하는가.

△최준선 교수 = 국민연금공단 수탁위의 구성 멤버는 법 전문가보다는 사회 각계에서 모인 분들이기 때문에 여론에 따라서 대표소송 진행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승소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여론이 나쁘면 이 기업을 혼내야겠다는 식으로 결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대표소송을 보면 한 명을 찍어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대표이사, 이사, 감사 등을 거의 도매금으로 한꺼번에 몰아 소송이 제기된다. 다 같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경우가 생기면 기업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는다. 최악의 경우 컨트롤타워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이사들은 거의 다 관여가 된다. 판례에 의하면 결의에 반대한 기록이 없는 이사는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돼 있어 모든 이사가 대부분 소송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

△이동근 부회장 = 말씀대로 수탁위 위원은 총 9명인데 사용자(경영계)와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 등이 3명씩 추천한다. 지역가입자는 공익위원 개념인데, 어떤 사람이 임명될지는 정부에서 정한다. 친정부 성향의 사람이 현재 위원으로 있는데 이 사람들은 국민 정서나 여론에 휘둘릴 수 있다. 국민연금의 수익성 문제나 피소 기업의 잘잘못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여론에 휘둘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기업은 소송이 제기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다. 브랜드 가치가 추락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등 엄청난 손실을 볼 것이다. 국민연금은 소송에서 지면 소송비용을 다 내야 한다. 국민연금이 승소해도 이익은 기업에 귀속되고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패소하면 손해만 보게 된다. 수많은 투자가도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다.

△곽관훈 교수 = 수탁위에서 결정한다고 하면 사건이 법원으로 가기 전에 이미 여론재판이 난무하고, 기업은 큰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다. 특히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법원 판결보다도 더 클 것이다. 입증되지 않은 루머가 난무하는 등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곽 교수 = 주주들이 대표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이익이 회사 이익에 가장 부합해 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가장 잘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탁위가 대표소송을 결정하게 되면 주주들과 달리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수탁위원들이 열심히 판단한다고 해서 이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이해관계도 없고 책임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분들이 모여서 판단할 때는 결국은 여론에 반대되는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여론재판으로 갈 가능성이 처음부터 클 수밖에 없다. 수탁위원들에게는 책임도 없으면서 너무 많은 역할이 주어진다.

△최 교수 = 수탁위는 외부기관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맹점이 뭐냐면 책임질 만한 일은 전부 외부에 맡기고 공무원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탁위원들은 각계에서 추천을 받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특별한 전문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분들이 큰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회비 10만∼20만 원을 받고 결정하는데, 그 결정은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수탁위원들 자체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금전적 책임을 진다고 해본들 수당 10만 원을 받았다고 무슨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정치적 책임도 수탁위를 그만두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수탁위에 중대한 결정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제도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금운융본부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기금운용본부 안에는 전문가와 변호사가 있다. 상당한 고정 인력이 있다. 이 사람들이 면밀하게 감시하고 결정하게 해야지 아무런 책임도 없는 수탁위에 이런 중차대한 문제, 결정을 맡긴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이 부회장 = 수탁위에 결정 권한을 주려면 연금법을 개정해 근거조항을 둬야 한다. 법 개정 없이 수탁위에 큰 결정권을 주는 것은 과도한 권한 위임이다. 게다가 통계를 보니 5년간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는데 부결이 2.4% 정도다. 98%가량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술적으로 봐도 수탁위는 보통 전체 주주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것 외에도 수탁위가 결정할 수 있는 ‘비경영참여 주주제안’ 범위를 중점 관리 사안 일부에서 전체로 확대하는 것도 기업인들이 크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수탁위는 현재 배당정책과 이사 보수한도와 관련해 주주제안을 결정할 수 있지만, 지침이 개정되면 법령상 위반 우려가 있거나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사안도 주주제안으로 삼을 수 있다. 이사 선·해임과 정관변경 요구 등의 주주제안은 사실상 경영간섭에 해당한다. 국민연금법상 검토·심의기구에 불과한 수탁위에 이처럼 막대한 의결 권한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과도하고 초법적인 권한위임이다.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왜 문제인가.

△이 부회장 =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정부에서 운영한다. 객관성·독립성·전문성이 없다. 정부 입맛에 따라 결정이 오간다. 국민연금은 국민이든 기업이든 돈을 내고 운용해서 20∼30년 후에 연금 수급자에게 안정적으로 돌려주는 게 최고 목표다. 그런데 국민이 낸 돈을 가지고 투자 기업에 소송하고 경영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연금 사회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1대 주주 아니면 2대 주주가 돼서 경영진을 다 교체하는 등 국가가 민간기업을 통제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누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이런 가능성을 사전에 막아 보자는 것이다.

△최 교수 = 국민연금 지휘부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들어가고 차관이 4명인가 들어가 있는 등 정부기관과 다름없다. 여기서 주주대표소송을 했다고 하면 이를 모니터링하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 정부를 믿고 소송에 가세할 것이다. 외국에 망신일 뿐 아니라 대상 기업 수나 소송금액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을 책임도 지지 않는 위원회가 허술하게 결정하라니, 큰 맹점이다. 라면 담합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팔도·삼양·농심 등 4개 회사가 담합했다는 이유로 8000억 원을 내라는 소송이 있었다. 라면 회사들은 1심과 2심에서 졌지만 3심에서 승소했다. 문제는 2심 단계에서 미국 라면 유통업체가 4개 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단 것이다. 미국은 담합 자체가 중범죄다. (정부가 나섰으니) 틀림없다 생각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다행히 3심에서 담합은 없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도 취하됐다. 소송비용만 350억 원이 들었다. 그 돈은 누가 부담하느냐, 라면 회사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해외 연기금은 어떤가.

△이 부회장 = 연기금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하려는 나라는 해외에 거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이 월마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나중에 기각됐다. 국가가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외국인들도 소송을 걸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만 멍들게 된다. 국민연금법과 같은 법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수탁위가 지금도 대표소송을 몇 건 하자고 거론하는데, 법체계에도 안 맞고, 자국 기업에도 손해고, 국민연금에도 막대한 소송비용만 초래할 것이다.

△최 교수=일본을 예로 들면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은 말 그대로 독립된 행정법인이다. 이 회사가 과거에 소송한 적이 여러 건 있는데, 자국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은 도시바 건이 거의 유일하다. 나머지는 독일 폭스바겐·포르쉐오토모빌홀딩스·도이치뱅크, 덴마크 단스케방크 등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다. 도시바도 아무 때나 한 게 아니고 엄청난 분식회계로 파산해서 한 것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이 있을 때 몇십 년 만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벌써 190개의 기업 리스트를 뽑아서 20개 기업을 골라 누구를 혼낼까 보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곽 교수 = 넓게 기금 운용이라고 얘기하지만 나눠서 보면 제도적인 설계를 하거나 방향성을 정하는 것과, 투자하고 주주권을 행사하는 자산운용 부분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기금을 운용하는 캐나다 등 대표적인 나라들의 공통점은 이 둘을 분리한다는 것이다. 기금의 기본적인 방향성을 정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국가의 역할과 실제 운용하는 부분을 분리하려는 제도적 역할을 많이 한다. 이런 구조가 되면 투자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지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게 하나로 연결돼 정부 입김 아래에서 이뤄지니 책임도 지지 않고 전문성도 없고 이해관계도 없는 상태를 빚는 것이다. 당연히 주주권, 대표소송을 행사하게 되면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전횡 견제라는 취지는 살리되, 해악을 막을 대안은 없겠는가.

△최 교수 = 과실, 중과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고의에 의한 명백한 불법행위가 있을 것’ 등과 같은 법적인 요건이 있다. 이사의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했고, 이사 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됐으며, 해당 사실이 판결이나 당사자의 자백 등으로 확정된 경우에 한해 대표소송이 제기돼야지 대충 봐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이런 요건들을 엄격하게 따져야 남소 방지가 된다.

△곽 교수 = 노르웨이나 캐나다, 일본 등은 기금운용과 관련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캐나다는 법을 맘대로 고칠 수 없도록 독립성을 못 박아 뒀다.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 구조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독립성이 없는 것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캐나다는 아예 관련 법을 개정하려면 헌법 개정에 준하는 절차를 밟도록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구조를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한 것이다. 1990년대에 캐나다도 기금이 고갈되다 보니 어떻게 운용하느냐를 얘기하면서 이런 지배구조를 고민했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국민연금이 본연의 목적을 다하도록 하는 대전제는 정치적 독립성 확보인데.

△곽 교수 = 일본은 2016년에 지배구조 개혁이 이뤄졌다. 의사결정하고 감독하는 기구와 집행기관으로 분리했다. 이를 위한 독립행정법이 마련돼 있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행기관은 자산운용 및 주주권 행사에 관한 결정을 하고, 의사결정기구는 제도적인 측면과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이원화 구조다. 감시와 균형에 따라 작동되는 구조다.

△이 부회장 = 서둘러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른 나라 연기금과 같이 한국도 장관, 위원장 개념이 아니고 순수 민간 전문가가 위원장이든 이사장을 맡아야 한다. 이런 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꿔야지 (정부로부터) 독립이 된다. 법을 개정해서 정부부처와 전혀 상관이 없는 민간의 투자금융 전문가가 맡게 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지상 목표가 안정적으로 기금을 관리하고 수익을 내서 수권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중심보다는 투자금융전문가 중심으로 독립된 지배구조를 갖추게 해야 한다.

△최 교수 = 연금 사회주의 현상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일본처럼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일본은 펀드에 완전 위탁운영 중이다. 펀드들을 통해서 해도 국내기업 주식 보유 한도를 기업별로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데, 국민연금도 3% 이내만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연금사회주의를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연금이 계속 간섭하고 싶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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