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세 권의 소설이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짧은 기간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보다 더 어려운 것이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코로나19 시대 독자의 선택을 받은 스테디셀러는 2020년에 나온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지난해 4월 나란히 출간된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과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다. 이들의 공통점은 흥미롭게도 특정 장소,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을 파는 백화점 이야기다. 잠들어야 입장할 수 있는 백화점에는 다양한 사람과 동물들이 모여들어 원하는 꿈을 꾼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의 작은 편의점 이야기다. 서울역 노숙자 독고는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 못 하고 말과 행동이 굼뜬 그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편의점의 밤을 든든하게 지킨다. 한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무대는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환상의 도서관이다. 그곳 서가엔 한 사람이 현실에서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담은 책들이 꽂혀 있다. 잇단 실패로 삶을 포기하려는 주인공 노라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인생을 살아보며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19가 2년을 넘어 모든 생활과 비즈니스가 온라인으로 재편된 시대에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팬데믹 시대 우리가 바라는 공간이다. 그곳에선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서로를 아끼고, 또 자기 자신을 도닥이며 위로와 힐링을 선사한다. 각자 방에서 홀로 전 세계 콘텐츠를 보는 더 넓어진 세계 안에서 우리는 모여 앉아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를 그리워한다.
한국에서 위로와 힐링이 처음으로 문화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잘살아보겠다고 몸부림을 쳐봤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맞은 뒤였다. 서점가에선 위로의 책들이 쏟아졌다. 힐링캠프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나왔다. 하지만 그땐 위로와 힐링 키워드가 이토록 오래 건재할 줄 몰랐다. 문화 현상이 그렇듯 상황이 나아지면 곧 다른 키워드가 치고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최고 베스트셀러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2012년 출간돼 수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소설은 30년간 비어 있던 잡화점이 무대다. 그곳에 좀도둑 청년 3명이 숨어들고 시공을 초월한 편지가 오가면서 전개되는 따뜻한 소설이다. 지금 스테디셀러와 많이 닮았다.
코로나19 2년을 지나 오미크론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마스크 쓰기로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거리 두기로 모두가 조금씩 우울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시대 100명 중 20명은 우울증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주고 슬픔을 달래는 위로, 지치고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우리는 서로 서로에게 위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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