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지침’ 개정안 미리 보니…

기금운용위 심의·의결절차없어
‘정권말 권한 알박기’ 분석도


오는 25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지침이 개정될 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갖는 권한이 대거 강화되는 반면 그에 따른 책임은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리하게 권한을 양도하려는 이유가 정권 말 ‘권한 알박기’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오는 25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 회의에서 지침이 개정될 경우 ‘검토·심의’ 기능만 가진 수탁위가 사실상 ‘의결’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상 의결 권한은 기금운용위가 행사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중점관리사안’에 대한 주주제안 결정권한에 대한 부분이다. 중점관리사안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준이다. 현행 지침상 수탁위는 배당과 임원보수 관련 문제 발생 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예컨대 “해당 기업의 배당이 부적절하기 때문에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식이다. 다만 그 외의 중점관리사안에 대해서는 기금운용위가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개정되는 지침은 현재의 의사결정 구조를 뒤흔들게 된다. ‘수탁위 결정에 따라’ 중점관리사안에 대한 주주제안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개정 지침에 포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기금운용위가 ‘심의·의결’ 한 사안에 대해 수탁위는 ‘검토·심의’를 하는 식이었다.

반면 개정 지침은 수탁위 결정이 내려지면 심의·의결 과정을 생략하고 주주제안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개정 지침은 수탁위의 권한 범위도 확장했다. 현재 수탁위는 배당과 임원보수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시에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개정 지침은 이를 △법령상 위반이 우려되는 경우 △지속적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기후변화·산업안전 관련 사안이 발생한 경우로 확장했다. 기금운용위는 ‘예상치 못한 우려 사항’에 한해서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수탁위의 권한은 막강해지지만 책임은 묻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운용에 대한 최종적인 관리·감독 책임을 갖는 기금운용위와 달리 수탁위는 외부 추천위원 중심의 기구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에서 이사회가 아닌 비상근 고문단들이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이나 투자행위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며 “책임이 없는 기관이 의사결정은 편법이나 불법에 가깝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권 재창출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미리 권한을 정부에서 노동·시민단체로 옮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공무원과 정부 영향력이 큰 조직으로, 총 20명의 위원 중 4명만이 노동·시민사회 추천으로 선임된다. 반면 수탁위는 총 9명 중 3명이 정치색이 뚜렷한 노동단체 추천인사로 꾸려져 있다. 결의 방식도 재적위원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한 위원의 과반이 찬성하면 된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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