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별세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우리 시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수많은 명저를 남겼다. 이 교수의 관심사는 문학평론뿐 아니라 한국인의 문화적 기원과 특징, 우리 시대의 문명, 문화의 힘, 영성, 생명 등을 포괄한다. 이 교수의 지적, 사상적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책을 모았다.
▲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3)
울음과 굶주림, 윷놀이, 돌담, 하얀 옷, ‘끼리끼리’ 등 일상적 소재 속에서 한국 문화의 본질과 한국적 정서의 심층을 탐구한 에세이집이다. ‘한국 문화론’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250만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로, 이 교수의 이름을 해외에도 알린 책이다.
▲ 축소지향의 일본인(1982)
일본 외무성 초청 동경대 비교문학과 교수(1981∼1982) 시절 집필한 책이다. 이 교수가 일본어로 원고를 써낸 이 책은 한국인이 쓴 책으로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일본의 단시 하이쿠(俳句)와 분재, 트랜지스터 등 일본의 축소지향적 요소가 일본의 공업을 발전시켰으며 침략 등 확대지향 시도는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디지로그(2006)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의 융합을 ‘디지로그(Digilog)’라는 신조어로 정리해낸 책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디지털 기술의 부작용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이 산업사회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 사회에서 선두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인이 디지로그 시대를 앞장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오랜 세월 무신론자로 살았던 이 교수가 일본 교토에서 머물던 2004년부터 세례를 받은 직후인 2007년까지의 일기와 강연, 인터뷰, 신문기사 등을 모아 정리한 내면의 기록이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무신론자가 영성의 개신교로 넘어가게 된 계기와 과정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책을 펴내면서 “제가 처음 쓴 내면의 이야기입니다. 저의 약점, 슬픔을 고백한 일종의 일기장이라고 할까요”라고 밝혔다.
▲ 너 어디에서 왔니(2020)
21세기의 패관(稗官·민간에 나도는 풍설과 소문을 수집하던 일을 맡은 말단 관원)을 자처한 이 교수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몰두했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첫 책이다.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를 비롯해 오늘의 한국인과 관련한 온갖 이야기를 모아 풀어냈다. 이 교수는 이 책을 출간하면서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