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의 장례식이 서울대병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사진은 빈소에 놓인 영정. 연합뉴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의 장례식이 서울대병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사진은 빈소에 놓인 영정. 연합뉴스.
전방위 활동하며 한국 문화를 세계의 자산으로 키워내
암투병 하면서도 예술, 인문학, 종교 탐구 멈추지 않아
문 대통령 조문 “우리 문화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주셨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추모의 글 올리며 “문화국가” 다짐


한국의 대표적 지성인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의 장례식이 문화체육관광부장(葬)으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각계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SNS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내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고인과 인연을 맺었거나 저서와 강연을 통해 사숙한 이들의 추모 글이 쏟아지고 있다.

고인과 반세기 넘게 교우해온 김종규 문화유산신탁 이사장(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27일 “전날 타계 직후 자택으로 달려가 식장으로 모시는 길에 동행했다”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인물이 나왔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대단한 문화인이요, 지성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문인, 학자, 언론인, 문화행정가 등 다방면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기셨는데,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우리 문화를 한국 뿐 만 아니라 세계의 자산으로 키웠다”고 기렸다. 그는 “특히 올해 30주년을 맞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창립해 미래 세대를 키워낸 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화가·문인)는 “전날 상가에 다녀온 후 오늘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비통하다”며 “암 투병을 하시면서도 저에게 자주 전화를 주셔서 예술과 인문학, 종교에 대해 길게 말씀하시곤 했다”며 회고했다. 김 교수는 “문화일보에 연재하는 ‘시화기행’을 아끼셔서 매회 독후감을 보내주시고 향후 연재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28일 오후에 자택에서 뵙기로 했는데, 그날 그 시간에 제가 식장에서 추도사를 읽게 됐으니 삶과 죽음, 영혼과 육신이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화계 뿐 만 아니라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빈소를 찾아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신데 황망하게 가셔서 안타깝다”라고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에 이 교수의 부인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알렸다. 조문에 앞서 문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어린이들의 놀이였던 굴렁쇠는 선생님에 의해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의 여백과 정중동의 문화를 알렸다”며 “우리가 우리 문화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된 데는 선생님의 공이 컸다”고 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추모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생께서 남기고 가신 모든 것은 우리 국민에게 큰 ‘선물’이었다”며 “그 선물 꾸러미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더 나은 대한민국, 더 나은 세상으로 전진하겠다”고 했다. 윤석렬 국민의힘 후보는 88올림픽에서의 굴렁쇠 퍼포먼스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삶에 고인의 통찰과 혜안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교수님의 뜻을 잘 받들어 문화가 강한 나라, 문화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청년세대와 어르신들이 함께 잘 살고,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아름다운 인문주의자 이어령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산업화 시대에 밀려나 있던 복지와 생명의 가치를 되살리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 교수의 빈소는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돼 있으며, 발인은 내달 2일 오전 8시 30분.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 10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거행된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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