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등 ‘재청취 요구’ 수용
세차례 재판 내내 ‘공판 복기’
“檢이어 사법부도 소극적” 비판

황무성 등 증인 20여명 있는데
내달7일 후에야 정상재판 관측

‘이재명 연루 정황’ 속속 나와
특혜 윗선개입 의혹 일파만파


대장동 특혜 개발 로비 의혹 사건 공판이 재판부 변경을 이유로 지난 24일부터 ‘공판 복기(復棋)’만 이뤄지고 있어 3·9 대선전 중요한 진술이나 증거 제시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속 기소된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여당 후보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측근 인사의 연관성을 수차례 진술했지만 윗선 수사가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법조계에선 “검찰 부실 수사에 이어 사법부마저 의혹 해소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는 28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10차 공판을 열고 성남도공 직원인 이모 씨 진술에 대한 녹취 재생을 진행했다. 이 씨는 지난달 24일 4차 공판 증인으로 참석했는데 이때 녹음된 신문 내용을 법정에서 다시 듣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공판 복기는 이달 법관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자 피고인 측이 법정 진술을 한 증인 5명의 신문을 재청취하자고 한 것을 재판부가 수용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4일부터 진행된 세 차례 재판 동안 이런 재생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속도라면 대선 직전인 3월 7일 이후에야 정상 재판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검찰 측 증인만 20여 명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사퇴 압박 피해자로 지목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과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 씨 등 핵심 증인은 대선 전 법정에서 증언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미 종료된 신문은 판사가 기록을 읽으면 된다”며 “수일에 걸쳐 녹취를 튼다는 것은 다른 형사재판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최근엔 이 후보와 측근 인사들의 연루 정황이 담긴 검찰 수사 기록이 잇따라 공개돼 대장동 특혜의 윗선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는 작년 10월 22일 검찰 조사에서 “내 이야기나 (정영학) 녹취록이 일찍 공개됐으면 (여당 대선) 후보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작년 10월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그는 김 씨가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실장, 김용 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 등과 만난 사실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정진상·김용과 김 씨가 나눈 대화는 이재명 도지사에게도 전달되는 것인가요’라는 검사 질문에는 “그럼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2014년 정 부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김 본부장(당시 성남시의원), 유 전 본부장, 김 씨 등 4명이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는 내용도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이 정진상 등 윗선 개입 수사를 미적이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아닌지 분간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대선을 앞두고 의혹만 눈덩이처럼 커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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