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년 된 블리처스는 지난 5∼17일 미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서 이들의 첫 미국 투어를 소개하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조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1년 된 블리처스는 지난 5∼17일 미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서 이들의 첫 미국 투어를 소개하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조엔터테인먼트 제공

■ 우주적 세계관으로 무장
탄생·성장·미래 스토리로 엮어
정체성 부각하고 팬 호기심 자극

■ 데뷔 前부터 앨범 ‘대박’
엔믹스, 멤버 미공개인데 7만장
아이브, 15만장 “우리도 놀랐다”

■ 시작부터 ‘세계 무대’로
피원하모니, 내달 美 투어 공연
블리처스는 해외서 먼저 유명세


방탄소년단으로 한껏 높아진 K-팝의 위상에 걸맞게 최근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스케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데뷔와 동시에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데뷔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룹도 있다. 이들은 △범우주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글로벌 플랫폼에서 반응을 얻고 있으며 △수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노는 물’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세계로 향하는 4세대 아이돌 그룹. 피원하모니.
세계로 향하는 4세대 아이돌 그룹. 피원하모니.

세계로 향하는 4세대 아이돌 그룹. 킹덤.
세계로 향하는 4세대 아이돌 그룹. 킹덤.

◇우주적 세계관으로 무장

적어도 2020년 11월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 이후 세계관(universe)은 4세대 아이돌의 필수 자격 조건이 됐다. 그룹의 탄생부터 성장, 미래 지향점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자신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부각하고 팬들의 호기심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에스파 이후 지난 1년여 사이 데뷔한 그룹들은 한결같이 거대한 세계관을 제시했다. 2021년 2월 데뷔한 7인조 킹덤은 그룹명처럼 ‘7개의 왕국에서 온 7명의 왕’이란 세계관을 내세우고 있다. 미니 1집 ‘히스토리 오브 킹덤: 파트1 아서’ 이후 매번 ‘비의 왕국’ ‘구름의 왕국’ ‘눈의 왕국’ 등의 콘셉트를 선보였다. 오는 3월 17일엔 네 번째로 ‘변화의 왕국’을 주제로 한 미니앨범을 낸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미스틱스토리의 걸그룹 빌리는 지난 23일 두 번째 미니앨범 ‘더 컬렉티브 솔 앤 언컨시어스: 챕터 원(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one)’에서 ‘멀티미디어 세계관’을 꺼내 들었다. 7명 멤버의 사진을 이어붙인 독특한 이미지 포스터로 궁금증을 자극했다.

세계관 경쟁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표절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22일 갓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형 걸그룹 엔믹스와 2018년 데뷔한 보이그룹 에이티즈 팬덤 간의 충돌이다. 엔믹스의 타이틀곡 ‘오오(O.O)’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세계관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구성이 에이티즈의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오죽하면 영국의 데일리메일도 이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유사한 세계관에 따른 오해라는 의견도 있다.

세계로 향하는 4세대 아이돌 그룹. 엔믹스.
세계로 향하는 4세대 아이돌 그룹. 엔믹스.

◇처음부터 글로벌 플랫폼, 월드투어

4세대 아이돌은 처음부터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다. SNS를 통해 앨범과 신곡을 소개하고, 유튜브나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의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도 번갈아 오르내린다. 국내에선 아직 이름이 생소한 신인그룹인데도 ‘월드 클래스’다.

지난해 12월 데뷔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아이브는 싱글 ‘일레븐(ELEVEN)’으로 약 47일 만에 스포티파이에서 월별 청취자 수 약 500만 명을 돌파했다. 빌보드 차트에도 바로 진입했다. ‘일레븐’으로 ‘빌보드 글로벌 200’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에 이름을 올렸다.

엔믹스도 세계관 시비가 있었으나 ‘오오(O.O)’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2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 건, 하루 만에 2000만 건을 달성했다. 가히 놀라운 파급력과 속도다.

에스파와 데뷔 시기가 같은 하이업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스테이씨는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영-러브닷컴(YOUNG-LUV.COM)’으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을 장식했다. 타이틀곡 ‘런투유(RUN2U)’ 뮤직비디오 역시 공개 하루 만에 1000만 뷰를 훌쩍 넘었다.

글로벌 팬덤이 크다 보니 해외공연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에스파보다 데뷔가 한 달 빠른 FNC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피원하모니는 다음 달 미국 투어 공연에 나선다. 오는 3월 10일 뉴욕을 시작으로 28일 로스앤젤레스까지 8개 도시 10회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 봄 데뷔해 아직 국내 팬에게 이름도 낯선 블리처스는 지난 5∼17일 미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공연 장소는 1000석 내외였지만 ‘글로벌 루키’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세계로 향하는 4세대 아이돌 그룹. 아이브.
세계로 향하는 4세대 아이돌 그룹. 아이브.

◇예고만으로 수만 장 앨범 판매

앨범 판매량 또한 신인임이 무색할 정도로 대단하다.

엔믹스는 데뷔 예고만으로 수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지난해 7월 그룹명은 물론 멤버들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싱글 예약 판매 7만 장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실제로 1일 차 판매량은 2만 장을 넘었다.

아이브의 데뷔 앨범 판매량은 더욱 많았다. 첫 주간 판매량이 15만 장을 초과했다. 아이브는 “우리도 놀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방송된 엠넷 ‘걸스플래닛 999: 소녀대전’을 통해 선발된 케플러는 데뷔 일주일 만에 20만 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했다. 소속사인 웨이크원과 스윙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판매량 중 최다였다.

아이돌 그룹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런 트렌드에 따라 올해엔 특히 새로운 세계관과 글로벌 플랫폼에 바탕한 걸그룹들이 대거 데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세계시장 접근성이 좋고 반응이 신속한 점도 있으나 데뷔 후 3∼4주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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