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연재는 월별 주제에 따라 이뤄지며, 2월 주제는 ‘고려청자’이다.

동서고금에 색(色)은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12세기 고려를 방문했던 북송(北宋)의 사신 서긍(徐兢·1091∼1153)이 개경의 여러 행사와 장소, 기물, 복식 등에 대해 상세히 기록한 ‘고려도경(高麗圖經)’의 내용을 보면, 붉은색의 종류만 하더라도 비(緋), 주(朱), 자(紫), 홍(紅), 적(赤) 등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옷과 물건에 붉은색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청자의 상감(象嵌) 장식보다 더 희소한 것이 구리(銅)계통 안료로 문양을 그리는 동화청자(銅畵靑磁)다. 구리는 환원(還元) 상태에서 붉은색을 띠므로 청자에 사용하면 푸른 바탕에 붉은색 무늬를 낼 수 있다.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소장 ‘청자동화모란당초문 완’(靑磁銅畵牡丹唐草文碗·사진·고려 13세기)은 높이 6.1㎝, 입지름 17.4㎝, 바닥 지름 4.2㎝로 삿갓을 뒤집은 형태다. 완의 내면 가장자리에 두껍게 띠를 둘러 채색하고, 안쪽 면 전체에는 식물 무늬를 가득 그려 넣었다. 바깥 면에는 같은 간격으로 네 곳에 모란 꽃줄기 무늬를 배치했다. 비색의 푸른 바탕에 자주색 문양이 강렬한 대비를 이뤄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 청자는 본래 조지 유모포플러스(George Eumorfopoulos·1863∼1939)의 수집품이었다. 동양 유물 컬렉터로 저명했던 그는 동양도자학회(The Oriental Ceramic Society) 초대 회장이었다. 하지만 1934년 경제 대공황 이후 수집품 대부분이 영국박물관과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에 매각됐으며, 이 청자도 1938년 영국박물관이 구매한 것이다. 이 완이 언제 한국을 떠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박물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다. 유물이 지닌 유전(流轉)의 역사가 새삼 중요하게 느껴진다.

장남원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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