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 20년을 함께한 나의 고마운 벗들에게
우리가 죽마고우(竹馬故友)의 연을 맺은 지 어느새 20년을 바라보게 됐네. 10년이면 강산 천지가 변한다는데, 천지가 두 번이나 바뀌었어도 우리들의 우정은 변치 않았구나. 참 고마운 일인 것 같아.
같이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다니며 선생님들에게 혼난 게 엊그제 일만 같은데, 벌써 30대 중반의 나이가 됐어. 어느덧 갓 신혼을 맞은 신랑도 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도 있고, 참 세월 빠르다. 그렇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너희들이 참 큰 위로가 됐어. 그때는 대학에 들어가서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선생님들도 그랬잖아. 고등학교 졸업하면 다 해방이라고. 좋은 대학 가면 다 풀린다고. 지금 어려운 건 일도 아니라고.
그런데 다 거짓말이었어. 어른이 돼보니 더 힘든 일이 많은 것 같아. 사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참 많았어. 남들의 시선을 피해서 혼자 꾹꾹 참고 버텨야 하는 일도 참 많았던 것 같아. 지금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고.
그때마다 너희들이 큰 힘이 됐어. 서로 힘든 일 있을 때 도와주고, 뜬금없이 잘 있냐고 전화할 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 지금이야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안부를 묻는 카톡 메시지 하나에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너희들도 그럴 것으로 생각해.
어른이 되고 밥벌이하며 세상 살다 보니 친구라고 다가와 준 사람은 참 많았던 것 같아. 개중에 지금도 변함없이 우정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연락도 끊기고 남보다도 못한 사람도 많았어. 아무래도 친구라고 해서 다 같은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아.
이렇게 사람들과 자주 부딪치다 보니, 너희들이 새삼 소중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깨닫고 있는 것 같아. 다들 고향 인천에서 나와 뿔뿔이 흩어지고, 코로나19 터지고 나서 만나는 횟수가 줄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전주, 제주도, 대만, 베트남, 태안, 안동, 경주 등등 다 기억하니? 우리가 함께 다녔던 여행지들이야. 얼마 전 그때 사진을 오랜만에 보게 됐는데,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더라고. 참 재밌는 일 많았는데.
코로나19가 참 야속하다. 곧 끝나겠지. 이 지긋지긋한 상황도.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우정 여행 한 번 가자. 다 같이 모여 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 잔씩 기울이며 속내도 털어놓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
이제 5년만 지나면 마흔이다. 두 번째 스무 살이 되겠네. 그때도 우리 우정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변치 않으리라 믿어. 그리고 더 큰 추억들, 더 소중한 추억들을 새로이 쌓을 수 있다고 확신해.
세상이 뒤집히고 더 거친 풍랑이 우리 인생을 세차게 흔들지라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내가 너희들을 믿듯이, 너희들도 나를 믿고 의지해주길 바랄게. 몸 건강히 행복하게 잘 지내야 해. 항상 고마워 나의 벗들.
경기도청 평화대변인실 오지훈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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