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 1세대의 거장
이중섭과 평양 보통학교 동창


1일 106세로 타계한 김병기 화백이 생전 절친하게 지냈던 김환기 화백 옆에서 영면하게 된다. 고인의 막내 아들인 김청윤 조각가는 2일 “서울에서 장례를 치른 후 뉴욕으로 모셔 어머니와 함께 합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인이 평소 “세상을 떠나게 되면 뉴욕 공동묘역에 묻혀 있는 아내(김순환)와 김환기-김향안 부부 옆으로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경기 양주시 장흥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김 화백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 거장이다. 국내 최고령 화백이었던 그는 작년 10월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더 중요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을 만큼 타계 직전까지 현역 화가로 활동했다.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나 동갑내기 친구 이중섭과 평양 종로보통학교 짝으로 6년을 함께 어울렸다. 화가이자 문필가였던 아버지(김찬영)를 따라 1933년 일본 유학길에 올라 아방가르드 양화연구소에서 이중섭을 다시 만났고, 여기서 김환기와도 사귀었다. 평양에서 해방을 맞은 김 화백은 조선미술동맹 서기장을 맡았다. 당시 북의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 김일성을 만나기도 했다.

1948년 월남한 이후 서울대 교수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석했다가 “이제 다시 작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뉴욕에 먼저 정착해 있던 김환기, 김창열 등과 교우하며 작품 활동에 몰두했다. 1986년 서울에서 전시회를 하며 다시 국내 화단에 등장했다. 2014년 귀국해 2년 후 100세 기념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됐고, 2019년 103세 생일에 신작 개인전을 열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정부는 작년에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김 화백은 3녀 2남을 뒀다. 장례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며, 발인은 4일 낮 12시.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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