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안 - 철회 - 재협상 막전막후

尹 “과학기술강국”… 安 설득
TV토론선 함께 붉은 넥타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극적 단일화에 이른 데는 이날 새벽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매형 집에서 진행된 ‘심야 회동’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3일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지 18일 만에 이뤄진 단일화 협상은 이날 새벽 2시간 반 만에 속전속결로 성사됐다.

이날 양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후보와 안 후보는 2일 밤 12시를 넘겨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지난 주말 단일화 결렬 이후 2일 다시 물밑 접촉을 재개한 결과다. 지난달 28일 윤 후보의 춘천 유세 때 ‘안 후보가 마음이 바뀐 것 같으니 지금 안 후보에게 만나자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제3의 인사를 거쳐 윤 후보 측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됐고, 지난 1일 국민의당 내부 회의에서도 단일화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단일화 결렬 뒤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던 윤 후보 측 장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2일 통화에서 ‘역사에 죄를 짓지 말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고 오후 9시쯤 만나 사전 협의를 거치며 두 후보 간 회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은 TV토론에 영향을 줄 것을 염려해 토론이 끝나기 전까지 협의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V토론을 마친 윤·안 후보는 회동 계획을 전달받은 뒤 3일 새벽부터 장 의원·이 본부장과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장 의원 매형 자택에서 모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끝에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카이스트 교수인 장 의원의 매형은 과거 안 후보가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서로 알고 지낸 사이로, 안 후보의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현재 같은 위기의 시대에 안 후보는 과학기술 강국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있지 않느냐”며 “믿고 손잡고 가서 성공한 정부를 만들자”고 설득했고, 안 후보도 “정권교체를 앞에 두고 다른 얘기를 할 게 뭐 있느냐”며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자리에서 대선 후 특정 자리를 보장하는 발언이나 합당 관련 구체적 논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2일 TV토론에서 국민의힘 당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윤 후보와 나란히 맨 데 대해 단일화 의사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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