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의 섬진강 구간에 광활하게 펼쳐진 침실습지의 풍경. 일교차가 심한 봄날 이른 아침이면 습지에는 짙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전남 곡성의 섬진강 구간에 광활하게 펼쳐진 침실습지의 풍경. 일교차가 심한 봄날 이른 아침이면 습지에는 짙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 미리 꼽아보는 ‘5월의 여행지’

- 섬진강변 곡성·구례
침실습지 들러 사성암 드라이브
증기 기관차·레일바이크 운치도

- 금산 방우리와 적벽강
무주 에돌아가는‘육지의 외딴섬’
양각산과 연결 기암절벽은 장관

- 강릉 바우길 8구간
괘방산∼정동진 이어지는 9.4㎞
진달래꽃 군락·동해 어울려 환상


이제 봄의 문턱이지만,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 얘기를 쉽게 꺼낼 수 없다. 늦봄이 무르익는 5월쯤 다녀오면 좋을 여행지를 일찌감치 미리 꺼내 추천하는 이유다. 과연 두 달쯤 뒤에는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매화며 산수유는 못 본대도 떨어지는 벚꽃 잎은 배웅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최소한 푸른 신록이 번져가는 숲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으로 무르익은 봄날에 다녀오기 좋은 곳들을 꼽아봤다.

# 늦은 봄날 섬진강을 가다…곡성·구례

섬진강은 봄날의 서정을 대표하는 강이다. 섬진강 변에는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가 폭죽처럼 피어나고 뒤이어 벚꽃 잔치가 벌어진다. 봄꽃 만발한 섬진강이 좋긴 하지만, 올해는 사람들을 빽빽하게 불러모으는 봄꽃이 다 지고 난 뒤 늦은 봄날의 섬진강에 가보자.

전남 곡성의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출발해 섬진강 침실습지를 들러 구례의 사성암을 다녀오거나, 내친김에 사성암에서 섬진강 변 대숲을 지나 화엄사와 운조루, 그리고 연곡사까지 다녀오는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한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는 증기기관차나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 증기기관차는 시속 30∼40㎞로 달려 가정역까지 10㎞ 거리를 30분 만에 도착한다.

섬진강 기차마을을 지나면 17번 국도와 옛 전라선 철길을 따라 강이 나란히 이어진다. 이 부근의 섬진강은 곡성천, 금천천, 고달천과 만나 거대한 습지를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22번째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섬진강 침실습지다. 고달면 안개마을에서 고달리 마을회관을 지나 강둑에 오르면 침실습지 전경이 펼쳐진다.

금산 방우리
금산 방우리

# 걷기도, 드라이브도 좋다…금산 방우리와 적벽강

충남 금산의 오지마을 방우리는 ‘육지의 외딴섬’으로 불린다. 금강을 끼고 금산 끝자락에 ‘방울처럼 매달려 있다’고 해서 방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앞은 금강이, 마을 뒤편은 산줄기가 가로막고 있어 금산에서 바로 갈 수 없다. 자동차를 타고 전북 무주를 에돌아 강변 둑길을 지나야 비로소 방우리에 닿는다.

대중교통도 제대로 없는 작은 마을 방우리는 금강이 고요하게 흘러가는 오지의 조용한 강변 마을이다. 방우리에는 6·25전쟁 이후 일가가 정착해 집성촌을 이뤘는데, 지금은 20여 가구가 남았다. 마을 가운데 경로당이 있고, 샛길 따라 삼밭을 넘으면 강을 오가는 거룻배가 한가롭게 떠 있다. 마을에는 슬레이트 지붕의 흙담집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나른한 봄날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

금산 수통리 적벽강은 산을 휘도는 강줄기가 육중한 암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바위벼랑이 붉은빛을 띤다고 해서 적벽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높이 30여m 기암절벽 아래 고요한 수면과 자갈밭이 넉넉하게 펼쳐진다. 양각산과 연결된 기암절벽이 금강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근사하다. 봄이면 강변에 진달래꽃이 피는데, 별다른 코스 없이 그저 봄날 적벽강 일대의 강변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걷기 코스다.

구례 사성암
구례 사성암

# 산 위에서 파도소리를 듣다…강릉

강릉 바우길 8구간은 안인항에서 출발해 괘방산을 지나 정동진으로 이어지는 9.4㎞의 길이다. 바우길 17개 구간 중 바다를 가장 시원하고, 감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길로 꼽힌다. 산행 내내 광활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힐링 산책로’라 할 수 있다. 해파랑길 36구간이기도 하며, 산 위에서 동해바다의 파도 소리가 더 잘 들린다 해서 ‘산 우(‘위’란 뜻의 강원 사투리)의 바닷길’이란 별칭도 있다. 본래 이 코스에 붙여졌던 ‘안보등산로’란 이름보다 백배 낫다. 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데, 봄이면 붉은 꽃을 피우는 진달래 군락에다 동해바다의 짙푸름까지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안인진리 주차장을 산행 들머리로 해서 괘방산 정상을 오른 후 등명 낙가사로 하산하면 7㎞의 거리를 약 3시간 정도 산책하듯 걷게 된다. 정동진까지 걸으면 9㎞로 거리가 늘어나고 1시간이 더 걸린다. 들머리인 안인 해안에서 삼우봉까지는 줄곧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그리 가파르지 않고 길도 좋아서 약간 땀이 날 정도의 난도다. 이후 구간은 수월하다.

전망은 활공장 전망대가 가장 좋고 삼우봉도 볼 만하다. 활공장에 오르면 왼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의 주봉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대관령 선자령이 한눈에 보이고 강릉시청이며 경포대를 비롯한 강릉 시내가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까이 보인다. 괘방산 정상은 방송시설 때문에 출입금지라 우회로를 따라가야 한다. 곳곳에 이정표가 잘돼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괘방산 정상 이후로는 울창한 오리나무 숲이 조망을 대신한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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