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한 러시아
日帝 침략의 아픈 기억 되살려
文대통령과 與후보 인식 걱정
3가지 기본 잊고 잘못된 반응
동맹과 自强 결코 잊지 말아야
평화는 말 아닌 힘이 지켜준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라는 기미독립선언서를 읽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는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긴 아픈 기억을 상기하고 민족 자주와 독립 국가의 기상을 드높이기 위해 3·1절을 기념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의 과거사와 겹쳐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작금 정부·여당의 대응을 보면, 3가지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자주와 독립이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유린되고, 자유롭게 선출된 민주적인 권력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이끄는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독재자의 침략으로 풍전등화 처지다. 일제의 침략에 농락되고 6·25 남침을 경험한 한국이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지는 명약관화하다. 강자의 패권과 독재의 전횡에 대항해 자유·민주·인권이라는 가치의 편에 서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여당 대통령 후보는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NATO)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비난의 화살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국제사회의 인식과 너무 동떨어진 말이어서 국제적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 건 당연하다. 정치 논란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패권에 저항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법 질서에 대한 존중을 망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소련 제국 부활의 꿈을 가진 푸틴이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무시한 채 무력을 앞세워 일국의 독립과 주권을 위협하는 게 본질이다. 힘이 곧 정의이고 강대국은 국제법을 무시해도 좋다는 푸틴의 오만이 불러온 참사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무력 남침에 의한 전쟁을 경험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들이 유엔 결의에 기반한 즉각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잿더미 속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유엔군사령부가 중심이 돼 정전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유엔 제재 결의를 밥 먹듯 위반하는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국제법 질서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교란하려는 중국·러시아가 뒤를 봐주니 가능한 일이다.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까지 들고나왔다. 합법적으로 구성된 유엔사를 흔들어 대한민국의 안보 체제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비대칭 전력에서의 우위를 확보해 우리나라를 협박하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국제법 준수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수호가 곧 우리의 국익임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동맹의 중요성과 힘에 의한 평화를 망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동맹국 중 유일하게 대러 제재 동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수출통제 조치의 면제 대상으로 지정한 32개국에서 우리만 빠지게 했다. 한국이 이류 동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가 주저하고 꺼리다가 뒤늦게 움직이는 바람에, 기업들만 수출통제 조치 때문에 사서 고생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르쳐 주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은, 든든한 동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견뎌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만약 미국과의 동맹이 없다면’ 우리의 처지도 낙관할 수 없다. 동맹이 있다고 자족하면서 방치해선 안 된다. 동맹을 소홀히 하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만 흔들리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또한 스스로 지켜낼 힘이 없으면 강대국 정치에 희생될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고, 힘을 길러야 적이 넘보지 못한다.
국제정치는 결코 한 국가가 소망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러시아도 국제질서를 무시한 결과, 자국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제정치의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동맹과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한 자강(自强)의 방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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