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란 법언이 있듯이, 수사의 신속성은 공정성과 함께 정의를 구현하는 두 날개다. ‘대장동 게이트’는, 지난해 9월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야당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때부터, 성남시가 대장동 아파트지구 개발사업을 설계하면서 소수의 민간 업자에게 천문학적 이득을 챙겨준 시정농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것이다. 이 사업은 저위험 고수익 구조로 된 특혜사업이었다. 그 결과 성남 도시개발공사는 25억 원을 투자하고도 1822억 원만 배당받았고, 화천대유 등 민간 업자들은 3억5000만 원만 투자하고도 4000억 원 넘게 배당받았다.

따라서 사업 인·허가권자로서 사업설계에 관여한 성남시의 이재명 당시 시장 등의 공모 여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 이재명의 대선 후보 출마에 기여하기 위해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이재명에 대한 경기도지사 선거법 위반사건이 2020년 7월 무죄 선고되도록 재판 거래한 커넥션 의혹 규명이 핵심 쟁점이었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까지 유동규 전 도시개발공사 사장직무대리와 김만배,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변호사) 등 민간업자들만 배임죄 및 뇌물죄로 구속기소했을 뿐, 그 윗선의 공모 여부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5개월이 넘도록 적극적 수사도 없고 수사 결론도 내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검찰의 수사 기록과 녹취록에 따르면, 남욱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대법원에 들어가 권 대법관에게 부탁해 위 선거법 위반 사건이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고, 2019년부터 ‘권 대법관에게 50억 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김만배가 2020년 3월 동업자인 정영학과 대화하면서 ‘대법관에게 자문받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녹취록이나, 김만배가 위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 4개월여 전부터 7차례나 대법원을 방문했다는 법원 기록도 이에 부합하는 정황이다.

또한, 남욱은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제가 한국에 일찍 들어왔으면 (대선)후보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네요’라고 진술했고, 2014년 11월 녹취록에는 ‘4000억짜리 도둑질…이거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도배할 것’이라고 말한 기록도 나온다. 도시개발공사 사장이었던 황무성은 민간업자들 방식과 달리 공사가 출자 비율에 따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 등을 추진했는데, 성남시장이 공사의 고 유한기 본부장을 통해 자신의 사임을 종용했고, 그 사임으로 사장직무대리를 맡게 된 유동규는 민간업자들이 원하는 사업 방식으로 일사천리 진행했다고 진술하는 점도 이에 부합하는 정황이다.

복잡한 특검 수사도 통상 3개월 정도면 마무리되는데, 검찰이 이 정도 수사 자료가 확보됐는데도 5개월이 넘도록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권 전 대법관을 한 차례씩 조사했을 뿐, 유동규 윗선의 배임공모 혐의와 권 씨의 재판 거래 혐의 수사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비록 전 성남시장이 여당 후보로 대선을 치르고 있어 그 조사는 대선 후로 미루더라도, 수사기관은 지금이라도 성남시나 법원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 관련자에 대한 계좌추적 등 나머지 수사에 적극 나서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 줘야 할 임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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