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親푸틴 재벌 무더기 제재

가족 47명도 비자 등 제한돼
수뇌부 동요시켜 푸틴 압박
EU “WTO의 최혜국 대우서
러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연일 고강도 제재를 내놓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 19명과 가족 등에 대한 무더기 제재를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 저항으로 러시아 측 예상과 달리 전황이 답보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기반이자 돈줄인 올리가르히들에게 집중한 제재로 러시아 수뇌부를 흔들고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조치다.

미국과 함께 대러 금융제재·수출통제를 발표했던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러시아의 최혜국 대우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 측근인 올리가르히 19명과 가족 47명 등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제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올리가르히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부와 권력을 장악한 러시아 신흥재벌·관료 등을 지칭하는 용어다. 대부분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인사들로 푸틴 대통령의 권력기반이자 자금줄이기도 하다.

제재 대상에 오른 올리가르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지난해 포브스 기준 184억 달러(약 22조2970억 원) 자산을 보유해 세계 부호 순위 99위에 오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다. 푸틴 대통령·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 등과 모두 가까운 사이로 철강·광물업체 메탈로인베스트 공동 창업·소유주이자 USM 홀딩스를 통해 금속·광업·통신·정보기술(IT) 등 광범위한 사업영역에서 지분을 보유해 러시아의 ‘철강왕’으로도 불린다. 그는 같은 날 영국에서도 제재 대상에 올랐고 최근 독일 정부는 그가 소유한 세계 최대 호화요트 ‘딜바르’호를 압류한 상태다.

러시아 석유의 90%를 운송하는 국영 파이프라인업체 트랜스네프트의 대표 니콜라이 토카레프 역시 제재 대상이 됐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1990년대 독일 드레스덴에서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함께 근무했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해외 분쟁지에 용병을 파견하는 와그너 그룹을 움직이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을 노린 용병 침투 의혹을 받는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제재했다. 푸틴 대통령이 그가 소유한 식당에서 외국 고위인사를 초청한 만찬을 자주 열어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푸틴 대통령의 유도 연습 상대로 알려진 아르카디 로텐베르그, ‘푸틴의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올리가르히를 콕 찍어 제재에 나선 것은 푸틴 대통령의 자금줄이자 러시아 정·관·재계를 장악한 권력기반인 이들을 겨냥함으로써 푸틴 대통령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분석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푸틴이 압박감을 느끼길 원하며, 주변에 있는 이들 역시 압박감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유럽 등의 제재·자산압류로 러시아 부호들의 자산이 100조 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올리가르히는 전쟁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WTO 국가안보 예외에 근거해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없애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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