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790곳 이달부터 시행 간식·방학중 급식비는 지원제외 맞벌이 가구 등 사정 반영 안돼 맘카페서 “탁상행정” 불만 봇물
“아이 급식은 정부가 책임지는 거 아니었나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격 찬성하며 3월부터 서울 내 유치원 무상급식이 시작됐지만, 신학기 현장에선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유치원에선 ‘학기 중 점심’만 무상급식 지원이 이뤄져 간식비와 방학 중 급식비는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내받은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또 일부 유치원은 무상급식 단가가 기존보다 낮아 차액을 메울 방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4일 서울시·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내 공·사립 모든 유치원 790곳은 3월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연간 예산 총 699억 원은 서울시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 25개 자치구가 20%를 분담한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을 반기고 있지만, 간식비와 방학 중 급식비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6살 아들을 둔 조모 씨는 “무상급식이 도입된다고 해서 당연히 간식비와 방학 중 급식 지원도 이뤄진다고 생각했다”며 “맞벌이 가구를 위해 방학 중에도 등원하는 아이들이 많은 유치원의 특징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인 것 같다”고 밝혔다. 발표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1인 1식당 평균 4642원, 전체 수업 일수를 지원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무상급식 도입을 이유로 방학 중엔 도시락을 싸 와야 한다고 안내해 맞벌이 가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5살 딸을 키우는 송모 씨는 “출근 시간 아이 유치원 보내기도 바쁜데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게 웬 말인지 모르겠다”며 “무상급식 도입으로 생활이 더 불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치원은 오전 간식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지해 해당 지역 맘 카페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해당 카페에 올린 글에서 “무상급식이기 때문에 아이들 먹거리 관련된 돈은 (부모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며 “돈을 내고 아이에게 간식을 먹이겠다는데 그걸 막는다니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급식 지원 대상이 아닌 간식비와 방학 중 급식비는 유치원이 부모에게 따로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급식 단가가 무상급식 지원 단가보다 높았던 한 유치원에서는 원비를 올려 급식의 질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상급식이 도입되며 학부모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 말라는 방침이 내려왔지만, 급식의 질을 낮추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관계자는 “부모가 급식비를 일부 부담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든가, 다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