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가공 햄도 가격인상 예고
러 수입 대게 등 수산물값 꿈틀
기업·자영업 “재료비 감당못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A 대형마트. 장을 보던 30대 주부는 “솔직히 지금도 비싸지만 앞으로 가격이 얼마나 더 올라갈지 몰라 꼭 필요한 것은 되도록 미리 사놓으려 한다”면서 샴푸, 가공 햄 등 이달 중 가격 인상이 예고된 상품을 집어 들었다. LG생활건강, 애경산업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까지 올 초 모두 치약·샴푸·컨디셔너 등 생활용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거나 인상을 예고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달부터 스팸 가격을 약 5% 올린다. 서울 마포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는 “고심 끝에 이번 달 말부터 주류와 안주류 가격을 품목별로 1000원 이상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주점에서 튀김 등 각종 요리에 쓰이는 18ℓ 업소용 식용유 가격은 지난겨울에만 50% 가까이 뛰며 4만 원을 돌파했다. 서민 주종인 소주와 맥주 가격은 7.7% 이상 뛰었다.

치솟는 가격에 “장바구니 물가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고삐 풀린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가계 운용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료품·비주류음료는 지난 한 해 물가가 5.9% 올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상승 폭은 훨씬 크다. 이는 새해 들어서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지난달 가공식품 27개 중 18개 품목의 판매가격이 인상됐다. 밥상의 기초재료, 양념인 된장·고추장은 각각 전월에 비해 19.5%, 15.1%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대게·가자미·명태 가격 등 수산물 가격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러시아산 대게(선어) 평균 낙찰 가격은 지난달 중순 대비 44% 올랐다. 러시아산 명태(냉동) 역시 13.6% 뛰며 불안한 심리가 가격에 점차 반영되기 시작한 모양새다. 국내에 수입되는 대게와 명태의 99% 이상이 러시아산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하는 데다, LPG 등 서민 연료는 물론, 주거비까지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체들도 원가 상승 압박을 이기지 못해 제품가격을 인상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비슷한 제품끼리 경쟁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고 싶은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출고가를 8%가량 올려도 원자재·포장재 가격에 물류비, 인건비 등 최근 3년간 무섭게 늘어난 비용 때문에 이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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