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은 버리고 나는 쓴다. 쓸어야 밥이 나온다. 내 직장은 햇살이 인색한 골목이다. 이른 새벽 골목에 버려진 것들을 쓸어야 삼시 세끼 밥이 나온다. 내 밥은 쓰레기에서 나온다. 남들은 쓰레기를 쓰레기로 보지만 나는 고슬고슬한 밥으로 본다. 그래서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골목을 쓴다. 손톱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청춘이 피었다 지는 동안 빗자루 마디마디 뜸 들던 새끼들이 출가해 집을 떠났다. 쓸어서 낳고 키우고, 쓸어서 가르쳐 보냈다. 사계절을 쓸어야 사는 인생, 그중 가장 힘든 시기는 가을이다. 내 등짝 같은 가을은 늘 바람이 심술이다. 낙엽 뒹구는 골목은 바람이 주인이다. 오늘도 주인은 잘 쓸었네. 못 쓸었네. 있는 까탈 다 부리며 훼방 놓는다. 흩날리는 낙엽 너머에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가 폐암 말기 환자처럼 공기를 빨고 있다. 빨린 공기가 목을 조인다.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담배꽁초, 발버둥 치는 담배꽁초, 한참 가는 연기를 내뿜더니 차가워진다. 오동나무 이파리 날아와 덮는다. 낙엽 위로 하얀 눈이 내리면 언 손은 뻘겋게 달아오르고 마음 밖 세상은 차갑게 길 위에 눕는다. 35년을 이른 새벽에 그렇게 걸어왔을 것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어둠을 쓴다고 새벽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대답하지 않아도 안다. 쓸어도 쓸어도 꽁초 인생은 쓸리지 않는다는 것을.
날 잡었어?/ 응, 5월로 잡었어./ 아따! 그라께 속 쌔기던 놈이 인자 가는 고마니이. 색시는 머 한당가?/ 자세히는 모른디 시방 알바 헌뎌./ 아 그려 축하혀, 있다 막걸리 한잔 허세, 그라도 축하는 혀야재./ 그려!/ 아따 그란디 오늘은 막걸리가 달고마니 근디 집은 어쪄?/ 몰러 내가 도와 줄 행팬도 아니고 지가 알아서 헌다는 디 아마 반지하 하나 얻는 가벼, 근디 며느리 아버지도 청소 헌다는구만./ 그려? 아따 천생연분이구먼. 두 사돈이 똑같이 청소 혀? 하하하 이거 축하 따불로 해야 쓰것구만이. 아 인자 자네는 고생 끝 행복 시작이네./ 그게 무신 소린가?/ 아니 생각혀 봐. 자네랑 사돈이랑 진개회사 하나 채래서 이 골목 저 골목 빡빡 쓸어 봐, 그러다 우리 같은 쓸어꾼덜 아래로 쫙 둬 불먼 솔찬히 부자 될 거 아녀? 인자 자네는 우리를 깐보고 비키라고 빵빵거리던 그 꼴시란 벤쓰놈들 싸댕이 후려칠 람보 머시긴가 그거 차 타게 생갰네. 아따 부럽네. 하하하 사람 팔자 시갠 문제여. 조영팔이가 35년 동안 쓸었던 빗자루를 휙 땡개 불고 히타 빵빵하게 터져 나오는 근사한 자가용 끌고 와서 어이 복남이 비캐비캐 그람서 한비짝으로 쓸어 논 쓰레기 쌩 휘날림서 지나갈 줄 누가 알것능가./ 됐어. 씰데 없는 소리 그만허고 한잔 더 혀./ 그라제 그라제 알었네.
그라고 우리도 인자 늘거서 그만두라고 헐틴디 자네는 어쩔껴어?/ 머 배운 게 도둑질인디 밸 수 있것능가. 어디 아파트라도 알아봐서 또 쓸어야재. 그 짝은 70 넘어도 된디야. 그동안 길바닥 쓸었쓴께 인자는 아파트나 쓸어 먹고 살어야재. 우리는 쓰는 게 천직 아녀? 이노무 쓸어인생 배람빡 똥칠헐 때까지 쓸어야 쓰것구만./ 그라도 어쩌겠는가. 아적은 사지 썽썽항께 벌어 먹고 살어야재. 테레비 안?어? 두팔 없는 사람도 있자녀. 거기다 대면 우리는 행복한겨. 그랑께 아무말 말고 쓸어./ 마져 자네 말이 마져. 아따 아까부터 바람분께 낙엽이 겁나게 떨어져 불고마니이….
전생에 어느 점괘가 잘못돼 이 길에 머무나. 신은 어느 별을 잘못 건드려 운명의 새벽을 쓸어내지 못하는가. 새벽부터 한나절을 쓸었는데 바람에 또 떨어지는 낙엽…. 가을은 늘 그렇다. 그래서 가을은 청소꾼들에겐 미운 계절이다. 시몬은 낙엽 밟는 소리를 감미롭게 듣지만 우리는 푸념으로 듣는다. 시몬은 은은한 샹송으로 듣지만 우리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어머니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묻지도 말아라. 내가 왜 쓸어꾼으로 태어났는지.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알몸으로 태어나 빗자루 하나 건졌으면 되는 거지…. 어 허허∼ 타타타.
김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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