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연재는 월별 주제에 따라 이뤄지며, 3월 주제는 ‘고려 나전칠기’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공예품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그중에서도 고려 나전칠기는 고려 시대 초기부터 중국 등 주변국에 전해지면서 명성이 났으며,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유물은 20여 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에 산재돼 있다.

고려 나전칠기는 검은 옻칠 바탕 위에 0.3㎜ 정도로 얇게 가공한 전복 자개와 복채(覆彩)한 대모전(玳瑁鈿), 금속선(金屬線)을 병용해 국화무늬,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기하학무늬 등을 조밀하게 시문(施文)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東京國立博物館)의 ‘나전칠국화무늬경전함’(螺鈿漆菊花文經典函·사진·고려 12세기 전반·37.8×19.2×26.0㎝·일본 국립문화재기구 소장품 통합 검색 시스템)은 고려 시대 제작된 나전경전함이다. 불교 경전을 수납하기 위해 제작된 고려 시대 경전함은 현재까지 9점이 확인됐는데, 이 유물은 그중에서 가장 특별하다. 상자의 뚜껑 평면에는 현존하는 유물 중 유일하게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는 명문이 자개로 시문돼 있어 이 상자가 불교 경전을 수납했던 경전함임을 알 수 있다. 이 유물로 인해 명문은 없지만 같은 형식의 상자들의 용도 역시 경전함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다른 경전함에서 볼 수 없는 국화무늬를 시문하고 있는데, 뚜껑 평면에는 위에서 본 국화무늬를, 몸통 측면에는 옆에서 본 국화무늬를 시문했다. 꽃무늬는 자개로, 줄기와 넝쿨무늬는 금속선으로 시문해 재질과 색채 대비 효과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점에 따라 변화를 준 디자인과 재료의 병용에 따른 색채 효과 등에서 고려 시대 나전 장인들의 탁월한 감각과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최영숙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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