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민족의 전통공예품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그중에서도 고려 나전칠기는 고려 시대 초기부터 중국 등 주변국에 전해지면서 명성이 났으며,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유물은 20여 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에 산재돼 있다.
고려 나전칠기는 검은 옻칠 바탕 위에 0.3㎜ 정도로 얇게 가공한 전복 자개와 복채(覆彩)한 대모전(玳瑁鈿), 금속선(金屬線)을 병용해 국화무늬,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기하학무늬 등을 조밀하게 시문(施文)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東京國立博物館)의 ‘나전칠국화무늬경전함’(螺鈿漆菊花文經典函·사진·고려 12세기 전반·37.8×19.2×26.0㎝·일본 국립문화재기구 소장품 통합 검색 시스템)은 고려 시대 제작된 나전경전함이다. 불교 경전을 수납하기 위해 제작된 고려 시대 경전함은 현재까지 9점이 확인됐는데, 이 유물은 그중에서 가장 특별하다. 상자의 뚜껑 평면에는 현존하는 유물 중 유일하게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는 명문이 자개로 시문돼 있어 이 상자가 불교 경전을 수납했던 경전함임을 알 수 있다. 이 유물로 인해 명문은 없지만 같은 형식의 상자들의 용도 역시 경전함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다른 경전함에서 볼 수 없는 국화무늬를 시문하고 있는데, 뚜껑 평면에는 위에서 본 국화무늬를, 몸통 측면에는 옆에서 본 국화무늬를 시문했다. 꽃무늬는 자개로, 줄기와 넝쿨무늬는 금속선으로 시문해 재질과 색채 대비 효과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점에 따라 변화를 준 디자인과 재료의 병용에 따른 색채 효과 등에서 고려 시대 나전 장인들의 탁월한 감각과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최영숙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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