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 세계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서 북한 김정은이 유엔 제재를 잇달아 대놓고 허물고 있다. 특히 대선 사전투표일인 5일 오전에도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27일 “정찰위성 개발용”이라며 고도 620㎞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이후 6일 만이다. 명백한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이다. 올 연초부터 김정은은 극초음속·순항·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을 섞어 쏘며 도발 수위를 높여왔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레드 라인으로 여겨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향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김정은의 전략적 의도는 뻔하다. 미국이 대북 제재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껏 제재 위반을 하며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곧 선출될 한국의 다음 대통령을 미리 ‘길들이기’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더욱 단호하게 대응하고, 대북 제재에 앞장서는 등 문제 제기에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침묵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를 연 뒤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이를 규탄한다”는 보도자료를 냈을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엄중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다만, 지난 1월 30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쐈을 때는 이 후보가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행동 없는 규탄 표명은 김정은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김여정이 지난해 9월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는 데 반발한 뒤 여권에서 도발 표현이 사실상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도발에 면죄부를 주면서 거드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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