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패밀리 봐주기’ 檢수사 논란… 대선이후 특검도입 등 후폭풍 불보듯
성남시 마지막 ‘노른자 땅’
2012년 이재명 시장 시절
민간업체 화천대유 손잡고
토지 강제수용 절차로 속도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로
성남도공, 확정益 1830억만
시장실 뒷북 압수수색 논란
윗선개입 못밝힌 ‘최대 비리’
핵심증거 ‘정영학 녹취록’선
李·尹 언급돼 뜨거운 공방
각종 녹취록 등장 정국 혼란
법조인 등 ‘50억 클럽’ 의혹
황무성 사퇴 외압도 드러나
경기 성남시 대장동 부동산 개발 특혜·로비 의혹은 지난해 9월 처음 알려진 후 지난 6개월간 정치권과 법조계의 지각을 뒤흔든 태풍의 눈과 같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물으며 설전을 벌일 만큼 이번 대선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문제는 숱한 의혹과 에피소드를 남긴 대장동 사건은 대선 후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멈춰 있던 검찰 수사와 재판은 재개될 예정이고, 특별검사 도입 문제 등 후속 조치에 대한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다. 대장동 사건은 민간개발사업자의 단순한 개발 이익 챙기기가 아닌 정치권과 법조계 주요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로비와 개발에 참여한 의혹을 받고 있어 정권 재창출이든, 교체든 엄중히 다뤄져 국민 앞에 진실이 밝혀져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1. 대장동 부동산 개발사업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지구는 판교신도시에서 남쪽으로 1㎞가량 떨어져 있다. 분당과 판교가 개발되면서 성남시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린 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4년 12월 이대엽 성남시장 시절 그린벨트 지역이던 대장동을 미니 신도시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개발계획이 유출돼 땅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민간 개발로 추진되다 2008년 LH가 공영개발을 재추진했다. 그러나 민간 주도 개발을 원한 토지주 등은 LH가 민간의 영역을 침범했다며 크게 반발했고,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LH가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후 민간사업자와 LH 간부 등이 사업권을 놓고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비리 사건으로 번졌다. ‘욕망의 땅’이 된 대장동은 2010년 7월 이재명 성남시장 체제가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12년 이 시장은 대장지구와 대장동에서 직선거리로 10㎞ 떨어진 성남시 신흥동 제1공단을 근린공원으로 만드는 결합개발 카드(대장동 개발 이익을 1공단 공원화 사업에 투입)를 들고나오면서 공공개발 성격을 입혔다. 이를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가 설립됐고, 대장동 토지는 공공개발을 위해 강제수용 절차를 밟으면서 속도가 붙었다. 당시 성남도공이 홀로 사업을 진행하면 됐지만, 이 후보 측은 예산·경험 부족을 이유로 직접 개발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결국, 성남시는 익숙지 않은 부동산 개발 방식인 ‘민관합동개발’을 추진하면서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가 속한 성남의뜰과 손을 잡았다.
2. 성남의뜰·화천대유·천화동인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 성남도공이 2015년 성남의뜰이란 민간이 설립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와 함께 대장동 일대 땅에 아파트 개발을 한 사업이다. 정부가 2007년 관련 법을 개정해 공공이 50% 이상 참여하면 도시개발사업지에서도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성남시가 이를 활용한 것이다. 성남도공이 대장지구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식을 50% 외에 1주 더 가진 이유다. 자산관리·운용·처분에 관한 업무를 맡은 화천대유는 법인세법상 절세 효과(PFV 설립 뒤 배당가능이익의 100분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배당액을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음)를 위해 설립됐다. 동시에 시행사 선정 과정에서 다른 컨소시엄(경쟁 컨소시엄은 자산관리회사 없이 진행)보다 평가 우위를 차지하고자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남의뜰은 명목상 존재하는 회사이고, 화천대유가 실질적 업무를 진행하며 가장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였다. 화천대유에는 자회사이자 수익을 비율에 따라 나눌 천화동인 1~7호가 있다. 주주협약에 따라 성남의뜰의 최대주주(50%+1주)이자 배당 1순위인 성남도공은 확정이익 1830억 원만 배당받고, 4000억 원 이상인 나머지 배당금은 7% 주주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소유주인 개인 7명이 가져갔다. 성남시가 보통주보다 이익을 앞서 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민간사업자는 위험 부담이 크지만 일정한 액수 이상의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모두 가져가는 보통주를 택했기에 막대한 수익 확보가 가능했다.
3. ‘정영학’ ‘김만배’ 녹취록 논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은 사건 초기부터 핵심 증거로 여겨졌다. 그러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녹취를 알고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록에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는 정 회계사에게 “시장님(이재명)이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하고 나하고만 알아야 한다”며 “(시장이) 1000억(원)만 있으면 되잖아.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어”라고 유동규 전 성남도공 본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대화한 내용을 전해준다. 반면 김 씨가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라는 부분도 있다. 대선 투표일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김만배 녹취록’도 등장했다.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가 6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9월 지인인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해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2020년 당시 이 후보의 첫 수행비서였던 백모 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대법원에 로비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녹취록도 나왔다.
4. 검찰 공소장으로 본 대장동 사건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을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 ‘핵심 4인방’ 중 첫 기소였다.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대장동 개발업체 측으로부터 약 3억5200만 원을 받고, 2014~2015년 화천대유로부터 700억 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적시했다. 같은 해 11월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사업협약 등을 통해 공사는 확정 수익만 받고 나머지 민간 초과이익을 모두 화천대유가 갖도록 해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은 11월 22일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 3명을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 공범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한 달 뒤인 12월 성남도공 투자사업팀장으로 근무했던 정민용 변호사도 배임 혐의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5. 대장동 ‘봐주기 수사’ 논란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는 초반부터 ‘봐주기 수사’ 논란에 직면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대장동 의혹 ‘윗선’으로 지목된 성남시장실을 압수수색 했다. 수사 착수 약 20일이 지나 진행된 압수수색에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해 9월 수사팀이 유 전 본부장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면서 당시 수사관들은 유 전 본부장 자택 도착 후 20분이 지나서야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직전 유 전 본부장은 이 후보 최측근이자 성남시 정책실장을 지낸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직전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경찰이 뒤늦게 확보하면서 부실수사 논란을 키웠다. 주요 사건 관계인으로 꼽힌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공 개발1처장은 검찰 조사 후 목숨을 끊으며 윗선에 대한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6. 황무성 사퇴 압박 논란
황무성 성남도공 초대 사장 사퇴 외압 의혹은 대장동 사태의 핵심축으로 꼽힌다. 황 전 사장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황무성-유한기 녹취록’에는 2015년 2월 유한기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을 찾아가 시장(이재명 후보)과 정 부실장, 유동규 전 본부장을 언급하며 “당장 사직서를 내라”고 종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중앙지검은 네 사람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에 나섰지만, 공소시효(7년) 만료를 사흘 앞둔 지난달 3일 불기소 처분(사망한 유한기 전 본부장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혼자 저지른 일”로 결론 내린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정 부실장만 지난 1월 한 차례 조사했고, 이 후보에 대해서는 대면·서면 조사를 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재정신청을 접수해 서울고법 형사 30부가 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7. 50억 클럽 의혹
‘50억 원 클럽’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50억 원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를 말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와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사회 유력 인사 6명이 거론된 바 있다. 이 가운데 화천대유에 재직한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곽 전 의원은 지난달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와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월 1500만 원을 받아 사후수뢰죄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특히 대법관 시절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무죄로 뒤집히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재판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8. 이재명 후보 ‘윗선’ 의혹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 후보가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고 결정권자였던 만큼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하고 승인하면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돼 결과적으로 민간개발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며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TV토론에서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 부실장과 김용 민주당 선대위 조직본부장(전 성남시의회 의원)이 구속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유동규 전 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녹취록 보도 내용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이걸 보면 모든 걸 설계하고, 승인하고, 기획한, 그리고 도장을 찍은 이 후보가 몸통이라는 게 명백하게 나오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게 만드는 등 ‘배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의형제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채택하지 않은 것”이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9. 여당은 왜 ‘윤석열’ 연루 주장하나
민주당은 윤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건만 ‘봐주기 수사’를 해 민간개발업자들의 종잣돈을 막지 못했다며 ‘윤석열 몸통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TV토론에서 “윤 후보가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봐줘서 민간개발업자에게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윤 후보는 대장동 대출 주범인 불법대출 브로커 조모 씨에게 커피를 타 주면서 조사하고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종잣돈을 부산저축은행에서 끌어온 조 씨가 수사를 받던 2011년 당시 윤 후보(당시 대검 중앙수사2과장)가 대장동 일당의 청탁을 받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봐주기 수사는 명백한 허위이며 윤 후보는 김만배 씨와 아무런 친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조 씨를 본 적이 없다”며 “녹취록에 ‘이재명 게이트’라는 부분도 포함해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10. 대장동 향후 수사 및 재판
대선 후 대장동 수사도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장동 설계자’라 밝힌 이 후보에 대해 선거 개입 등을 우려해 서면·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려면 이 후보에 대한 대선 후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되면 수사는 급격히 위축될 전망이다. 권력이 막강한 정권 초기인 데다,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대통령을 수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윤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은 수사의 종착점인 이 후보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관계자들의 공판도 대선 이후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해완·염유섭·김규태·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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