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찌 디렉터 미켈레, DDP서 ‘구찌 가든’ 전시 기념 화상 인터뷰

“한국은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
좋은 결과에 정해진 레시피 없어
열정 믿으면 반드시 성과 있어”

우크라 사태 관련 러시아 규탄
“어려운 사람들과 늘 함께 해야”


“100년이 지났어도 아직 구찌는 ‘사춘기’라고 생각해요. 구찌는 영원히 젊음을 간직할 겁니다.”

어깨까지 닿는 긴 머리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는 구찌 브랜드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답했다.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총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50·사진)는 고사지경에 처한 구찌를 단번에 젊고 힙한 브랜드로 되살려내며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이자 ‘패션업계의 예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과거의 구찌를 상징하던 우아하고 섹시한 슈트와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뱀과 곤충, 꽃이 잔뜩 등장하는 화려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에 스마트폰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장 먼저 열광했다. 구찌는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켈레가 취임한 지 3년 만에 매출이 42% 뛰었고 구글의 패션 관련 검색 트렌드에서 나이키, 루이비통, 오프화이트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를 정도로 브랜드가 다시 젊어졌다.

미켈레는 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전시를 기념해 문화일보 등 국내 언론사와 화상으로 대담했다. 미켈레가 국내 언론사와 공개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은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라며 “구찌 디자인팀 내부에도 많은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다”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실제 구찌는 지난해 서울 이태원에 한국 전통 가옥의 느낌을 살린 새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을 선보였을 만큼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설날과 추석을 맞아 전 세계 가운데 한국에서만 명절을 주제로 한 캡슐 컬렉션을 내놓는 몇 안 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미켈레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다루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폭력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구찌가 속한 케링 그룹은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 직영점 운영을 중단했다. 구찌는 최근 유엔난민기구(UNHCR)에 5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폭력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난민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켈레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며 “자신의 열정을 믿는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열정이란 이름의 씨앗을 마음속에 심으세요. 놀라운 일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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