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정부와 여당의 ‘말의 향연’과 ‘경기 과장(誇張) 망언’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한 지 4년 만에 3만5168달러를 기록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자화자찬 글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의 실질 GNI 증가율은 전년 대비 3.5%에 불과하며, 실질 GDP 성장률 4%에도 못 미친다. 소득이 경제 규모보다 적게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 증가폭(3287달러)에서 경제성장(실질GDP)이 1272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이 1061달러, 물가(GDP 디플레이터)가 762달러 정도 기여했다. 즉, 환율·물가·인구 감소 등의 영향을 고려하면 국민소득이 별로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농림수산품 수입물가 상승률은 2020년 0.6%에서 2021년에는 13.5%나 폭등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5%)과 식료품물가 상승률(5.9%)을 크게 끌어올렸다. 주택 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은 2017년 1.3%에서 2021년 13.5%로 폭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7일 기준 유럽 가스 가격은 79% 급등했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날 국내 휘발유 리터(ℓ)당 가격은 전국 평균 1819.10원으로 올랐다. 게다가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도 125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3일 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엥겔계수(식비 지출이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는 12.86%로 2000년 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추계됐다. 엥겔계수와 함께 ‘빈곤의 척도’를 나타내는 슈바베계수(주거비 지출이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18.56%, 2021년 17.94%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추계됐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5만 달러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차기 정부 집권 5년(2022∼2027년) 동안 2017∼2021년의 연평균 GNI 증가율(2.6%)이 계속 유지된다 하더라도 통상 ‘선진국의 문턱’으로 인식되는 4만 달러를 달성하는 시점을 2027년(4만1028달러)으로 예측된다. GNI 5만 달러는 13년 뒤인 2035년에나 가능한 것으로 추산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잠재성장률을 2%대에서 4%대로 2배 늘릴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총요소생산성을 배가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인구 1000만 명 이상에 GNI 5만 달러 이상 국가(미국, 호주, 네덜란드, 스웨덴)와 한국의 대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을 비교 분석했다. 정부가 세제와 각종 보조금 등으로 대기업의 R&D를 돕는 정도를 보여주는 R&D 정부지원율은 2%로 OECD 37개 회원국 중 31위였다.

내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실물경기지표와 민생경제지표를 오도하는 정부와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대선 후보를 심판해야 하는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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