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땐 이름 언급안해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틀 만인 11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에서 3월 9일 진행된 제20대 대선에서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의 후보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짧게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용 매체 노동신문도 6면에 같은 내용을 실었다. 전날(10일) 당선인 윤곽이 드러난 지 하루 만에 보도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한국의 보수성향 대통령 당선인 소식을 이름까지 포함해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에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든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입장과 맞지 않는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보도를 늦게 하거나 간략한 사실관계만 알려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2년 제18대 대선 때에는 선거 다음 날인 12월 20일 밤 결과를 처음으로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름 등은 빠진 채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 한다”는 한 문장짜리 기사였다. 2007년 12월 19일 제17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소식의 경우 북한은 무려 일주일간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북한 매체들은 대북 문제에 우호적인 진보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보도를 했다.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시에는 하루 만인 10일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정권교체를 이뤄낸 민중의 힘”이라며 첫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그다음 날인 11일 ‘남조선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진행’이라는 제목의 네 문장짜리 기사를 실었다. 2002년 12월 19일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당시에는 대선 이틀 뒤인 12월 21일 일제히 보도가 이뤄졌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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