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환기가 되레 공기질 악영향

도시철도 터널 환기구를 통해 고농도 초미세먼지 등이 외부로 배출되면서 도심 공기 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주로 밀폐된 지하 공간에 설치된 도시철도 역사 내 터널에 대한 오염물질 저감 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한국대기환경학회가 최근 발간한 ‘도시철도 터널 환기구에서의 열차 풍에 의한 (초)미세먼지 유입·유출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본선 터널의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농도가 도심지보다 약 1.7∼2.6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동차 1회 운행 시 열차 풍에 의해 외선은 362.7㎥, 내선은 9.4㎥씩 공기가 도심지에서 터널로 유입되지만, 결과적으로 터널의 초미세먼지 등이 더 많이 배출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지난해 9월 13일 서울 도시철도 2호선 A 역과 B 역 사이에 설치된 터널 내 6개 자연 환기구 중 한 곳에서 초미세먼지 등을 측정한 결과, 전동차 운행으로 생성된 열차 풍에 의해 PM10은 13.5∼15.7g/일, PM2.5는 7.2∼9.1g/일이 외부로 배출됐다. 특히 터널 내에서의 마모로 인해 생성된 약 2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의 마모 입자가 주로 도심지로 유출돼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도시철도 터널의 고농도 초미세먼지 등이 지하 역사의 실내 공기 질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지 공기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철도 환기 시스템의 환기량에 대한 추가 조사와 터널 내 오염물질 저감기술 적용 등을 통해 공기 질 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초 도시철도 터널의 자연 환기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외부 공기를 밀폐된 역사에 유입시켜 공기 질을 개선할 목적으로 수행했다. 지하 공간은 오염물질이 쉽게 누적되기 때문에 이용객과 작업자 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미세먼지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폐에 깊숙이 침투하는데, 20∼80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산화철이 인간의 뇌에서 발견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고 했다. 다만 외부 공기가 오염된 경우 도시철도 터널의 자연 환기가 되레 터널과 역사 내 공기 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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