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사격 등 비인기 스포츠에 전폭 지원… 삼성·현대차·롯데·SK 등
스포츠협회 62곳 연 평균 예산 절반 기업이 책임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림픽 ‘단골 효자 종목’인 사격·양궁·체조·펜싱·빙상 등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포츠협회 62곳의 연간 평균 예산 중 절반을 기업들이 책임지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기업들이 비(非)인기 스포츠에도 전폭적인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스포츠 육성과 스포츠 연관 산업 발달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집계한 ‘국내 주요 기업의 체육 종목 지원 현황’을 보면, 동계올림픽 종목 중 아이스하키·스키·빙상·컬링 등 종목에 국내 대기업들의 후원과 지원이 이뤄졌다.

◆동·하계 올림픽 ‘전방위’ 후원 통해 기량 향상=1994년 현재의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한 한라그룹은 아이스하키 저변 확대를 위해 지원을 지속했으며 지난해까지 누적 지원액이 1000억 원에 달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2014~2018년 대한스키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지원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150억 원을 지원했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은 제네시스BBQ의 윤홍근 회장은 2020년 빙상연맹 회장에 취임하며 연을 맺은 뒤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김용빈 회장이 지난해 대한컬링경기연맹회장에 선출되면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각종 협약 체결 등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계올림픽 종목에도 기업들의 전폭적인 후원·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1980년엔 출전조차 하지 못했던 사격·양궁·체조·펜싱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총 20개의 메달을 획득(금 6개, 은 4개, 동 10개)했는데, 이 중 12개가 기업 회장사를 둔 해당 4개 종목에서 쏟아졌다. 특히, 사격·양궁·체조·펜싱은 1984 LA올림픽 양궁 금메달 획득 이후 37년간 메달 85개(금 41, 은 24, 동 20)를 따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37년 동안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해당 기간 누적 지원액은 500억 원에 달한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사격 종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토대로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회장사를 맡아 국내 사격 종목 육성 지원을 시작했다. 한화그룹은 현재까지 약 200억 원의 사격발전기금을 출연해 ▲한화회장배전국사격대회 개최 ▲국가대표 해외 전지훈련을 시행했다.

체조 종목과 관련해서는 포스코가 나섰다. 포스코는 1985년 이후 지금까지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로 ‘체조불모지’ 한국에서 체조 종목 활성화와 국가대표팀 역량을 향상하는 데에 기여했다. 회장사를 맡은 뒤엔 매년 4억~8억 원을 지원했으며 2019년부터는 매년 9억 원으로 지원액을 높였다. SK는 2003년부터 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아 19년간 약 242억 원을 지원했다. SK는 핸드볼 종목에도 2008년부터 현재까지 약 1000억 원을 지원했다.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이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 21~24대 협회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레슬링 종목 활성화와 저변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삼성은 2012년까지 30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사이클(LS)과 축구(HDC)도 기업이 회장사를 맡아 지원·후원이 이뤄진 사례다.

◆“스포츠 저변 확대·육성 위해 물심양면 지원”=전경련은 대한체육회 정회원으로 등록된 회원종목단체(스포츠 관련 협회) 62곳의 최근 2년(2020~2021년)간 연간 평균 예산액이 약 2843억 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기업인이 협회(단체)장을 맡고 있는 16개 협회 예산 평균은 약 1699억 원으로 전체 62곳 예산의 6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6개 협회의 예산 총액은 2052억 원이었는데 이는 62개 협회 전체 1년 예산(3507억 원)의 58.5%에 달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협회들의 재정 자립도(전체 예산에서 정부 보조금을 뺀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 수입에는 기업 기부·협찬 포함) 수준은 기업인이 협회장인 16개 협회가 평균 54.1%였던 반면, 비기업인을 협회장으로 둔 46개 협회의 평균은 36.4%로 기업인이 협회장을 역임하는 협회의 재정자립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기업인이 협회장을 역임한 16곳의 자체 수입은 평균 964억 원으로, 이 중 기업 등의 기부·협찬금 규모는 605억 원으로 약 63%를 차지했다”며 “기업들이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국내 스포츠 육성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곽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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