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논설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명칭대로 대통령제 국가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기구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선거가 끝난 뒤 총리가 상징적 국가원수인 국왕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즉시 임기가 시작된다. 내각제 국가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인수인계 작업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내각제 국가의 주요 정당은 ‘예비내각’을 운영해 총리가 임명되면 새로운 내각이 사실상 자동적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이다.

1776년 독립 이후 줄곧 대통령제를 유지했던 미국에서도 인수위가 생긴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다. 미국은 초기에 의회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대통령실은 비서진 몇 명으로 구성된 단출한 조직이었다. 1912년 당선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취임 전 통신이 되지 않는 버뮤다로 휴가를 떠나 곧 출간할 저서의 서문을 썼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산업화와 두 차례 세계전쟁으로 미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대통령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해야 할 업무가 크게 늘어나 미리 준비할 필요가 생겼다. 결국, 1952년 당선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후보가 처음으로 대통령직 인수팀을 만들었다. 1963년에는 대통령직인수법(The Presidential Transition Act)이 제정되면서 인수 조직 운영이 공식화됐다. 이 법의 제정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인수팀 운영에 개인 돈 30만 달러를 지출했던 데서 비롯됐다. 거부인 케네디에게는 큰 지출이 아니었지만, 국정 수행 비용은 정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해 지출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개헌 이후 실시된 12월 대선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된 뒤 ‘취임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전두환 대통령 측에서 정권 이양 등에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 당선 뒤엔 당선인 측에서는 ‘정권인수위원회’, 퇴임하는 노 대통령 측에서는 취임준비위를 요구해 ‘대통령직인수위’로 절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때까지는 대통령령에 근거를 두었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곧 출범하는 인수위는 국민의힘·국민의당 ‘공동 인수위’ 형식.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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