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로 표시된 채권 이자에
‘휴지조각’ 루블화로 상환 선언

“국제 금융위기 가능성은 적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의 16일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선언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러시아 측이 서방의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모든 국가 부채를 루블화로 지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달러화 표시 채권의 경우 달러화 이자 지급이 원칙으로, 채권자 측에서 루블화 이자 지급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디폴트에 처하게 된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졌지만 아직까지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서방의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러시아가 모든 국가 부채를 루블화로 지불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공정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오는 16일까지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 총 1억1700만 달러(약 1447억 원)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달러화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약 6300억 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으나 금융제재로 서방에 예치된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접근이 차단되자 이 같은 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달러 외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특히 루블화 가치는 연초 대비 90% 가까이 폭락,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어진 상태다. 더욱이 러시아와 채권자들이 맺은 계약에 따르면 채권에 따른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한다는 옵션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러시아가 달러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1차 디폴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채권 이자 지급에는 30일의 유예기간이 있어 내달 15일 실제 디폴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디폴트를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가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접근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관련기사

임정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