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폴란드 국경 몰려드는 난민들
숙소·식량·옷 부족 한계 상태
폭격소리 익숙해진다니 슬퍼

전쟁중단 노력 한국인에 감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형제 민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린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올레나 쉐겔(사진)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강한 어조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쉐겔 교수는 “형제 민족이라는 말은 국가 간 동등한 위치에서 써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지배, 우크라이나는 피지배 민족인 게 현실이었다”며 “유럽 사람들이 ‘이 세계의 마지막 제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 여전히 러시아는 제국주의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인 쉐겔 교수는 현지에 있는 지인들이 전해 온 우크라이나의 열악한 소식을 상세히 들려줬다. 쉐겔 교수는 “피란민들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비롯해 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지역 곳곳에 몰려들고 있어 숙소도 부족하고 식량, 옷, 이불 같은 생필품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며 “폴란드 국민이 십시일반 후원 계좌를 만들어 모금하고 난민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해 주고 있지만, 한계 상태라고 한다”고 했다.

쉐겔 교수는 “전쟁이 길어지다 보니 폭격 소리가 나거나 사이렌이 울리면 공포를 느껴야 하는데, 이제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게 느껴진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라며 안타까운 사정을 밝혔다.

쉐겔 교수는 매주 주말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국내 종교 및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긴급구호연대’(ERSPU)에 시민대사 자격으로 참여해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연결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쉐겔 교수는 개강을 맞아 우크라이나어과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정치, 사회 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 수업 중간에도 현지 사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등 소통도 활발하다”며 “우크라이나 전문가로 성장해 국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학생도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쉐겔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한 한국 사회의 노력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쉐겔 교수는 “한국의 시민 사회를 비롯해 일반 국민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평화 캠페인을 벌이는 등 많이 응원해 주고, 도움을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쉐겔 교수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도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민간 채널을 넘어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정부, 대사관이 서로 협력할 때 장기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며 “한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결의안도 조속히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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