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 대응력 강화 대책 시급

담수량 8000ℓ헬기 추가 배치
경북 등 산악지역 특수대원 투입
산불 확산 속도 느린 나무 심고
조기 진화 위한 ‘임도’ 확충해야


울진=박천학 기자

경북과 강원 동해안 일대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진화와 피해 예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초대형 헬기 추가 도입과 산림 면적이 넓은 경북지역에 산불 특수진화대 설치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이번 산불 피해 복구계획 수립과 함께 산불 대응력 강화 방안을 대대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초대형 헬기 추가 도입 시급=15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산림청은 현재 산불이 발생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진화 헬기를 총 47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초속 20m(시속 72㎞)의 강풍에도 출동이 가능한 담수량 8000ℓ 규모의 초대형 헬기는 6대뿐이다. 초대형 헬기는 45초 이내에 담수하며 가로 30m, 세로 210m 면적에 걸쳐 진화가 가능하다. 산림청은 오는 10월 초대형 헬기 1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지만 갈수록 대형화하는 산불 진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후 중·소형 헬기를 초대형으로 바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 보유 헬기 중 현재 기령 20년 이상 된 것은 약 60%인 28대다.

◇경북 산불 특수진화대 설치=경북의 산림면적은 우리나라 전체(630만㏊)의 21.2%인 134㏊를 차지하며 강원도(137만㏊)에 이어 두 번째로 넓다. 2020년 안동 산불(피해면적 1944㏊)에 이어 이번에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조기 진화와 산악지역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경북 산불 특수진화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원도는 2017년 10월 환동해 특수재난대응단을 설치했다. 특수진화대원은 헬기를 이용해 산불 최전선에 투입된다.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 조성=동해안 일대에는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안희영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센터장은 “특히 소나무에는 열에너지를 증가시키는 ‘테르핀’이라는 정유 물질이 있다”며 “이 때문에 소나무는 화염 유지시간이 57.3초로 활엽수의 23초보다 길어 산불 확산 속도를 빠르게 한다”고 말했다. 또 밀도가 같은 소나무 숲에서 풍속이 같다면 숲 가꾸기를 안 한 산림이 솎아베기 40% 비율의 숲 가꾸기를 한 산림보다 약 1.74배의 피해가 더 발생한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산림을 내화수림으로 전환하는 다각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불 조기 진화 위한 임도(林道) 확충 필요=국내 임도는 지난해 말 기준 1㏊당 3.81m이며 산림청은 오는 2030년까지 1㏊당 5.5m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확충해도 독일 46m, 오스트리아 45m, 일본 13m에 비해 턱없이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산불 진화의 신속한 대응과 방화선 역할을 위해 임도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험준한 산악에서 발생한 동해안 초대형 산불은 대응 체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개선점을 제기했다”며 “정부 관련 부처와 전문가 집단이 힘을 모아 산불 예방과 진화의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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