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유족이 이 중사 사망 뒤에도 성추행 사건 가해자의 구속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다며 전익수(준장)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5일 오전 이 중사 부친과 함께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 전 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1월 전 실장이 이 중사 사망 이전을 비롯한 성추행 사건 수사 초기에 가해자 장 모 중사의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군본부 보통검찰부 소속의 군검사들이 그해 6월 중하순쯤 나눈 대화 내용이라며 제보받은 녹취록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전 실장 등 관련 인물들은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경찰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날 센터 등은 당시 폭로 이후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난해 5월 21일 뒤에도 법무실이 구속 수사를 막았다는 추가 제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이들은 “제보에 따르면 이 사건을 맡았던 20전투비행단(20비) 군검사가 이 중사 사망 이후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려 했으나 공군 법무실 등 상부 지시로 구속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이는 구속영장 청구를 전 실장 등 법무실에서 막았다는 녹취록 내용과도 상통한다”고 주장했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이 중사 사망 뒤에도 열흘여간 불구속 상태로 있다가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고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첩된 뒤인 지난해 6월 2일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말 징역 9년을 선고받았고, 군검찰은 항소한 상태다.
센터 등은 군검사와 피해자 측 국선변호인을 맡은 군법무관이 유족 측과 한 통화 내용을 들어 이번 제보 내용이 더욱 신빙성을 얻는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전 실장이 구속 수사를 막았다’는 제보 내용의 진위를 따지자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즉각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들은 “특히 공군본부 법무실 수뇌부는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를 시작하자 군검사에게 ‘모든 것을 네가 안고 가라’며 회유와 협박을 했으나, 사실관계를 모두 털어놓자 ‘근무 태만’을 이유로 들어 보복성인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성추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관계자들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는 등 피의자 25명 중 15명만 재판에 넘겨졌고, 기소된 이들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선고가 잇따르는 등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더는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국방부에 맡길 수 없다”며 공수처에서 부실 수사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가려 달라고 촉구했다. 임태훈 센터 소장은 “공수처가 현직 장성을 수사하는 것은 최초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한 국방부 장관과 수사책임자들은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중사 아버지 이주완 씨는 “공수처가 한 치의 성역도 두지 않고 전 실장 등 공군본부 법무실의 악행을 수사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모든 원내 정당도 이 중사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인데,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 유가족의 원통한 마음을 풀어달라. 예람이가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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