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산불 피해지역인 강원 동해시 묵호항 등대마을을 방문해 환영나온 지역주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산불 피해지역인 강원 동해시 묵호항 등대마을을 방문해 환영나온 지역주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 정부 성패, 인수위에 달렸다 - ② ‘인사가 만사’

역대 정권 인사 실패 되풀이
文정부 전문성보다 이념 중시

분야별 전문가 대거 기용 필수
탕평 인사해야 상호견제 가능


출범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에선 “인사가 만사”라는 각오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야 하는 윤 당선인이 첫 시험대인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국무위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정권에서 부실한 검증으로 인수위 단계에서 낙마한 사례가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에선 김용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가 정부 출범 전 부동산 투기와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이 제기돼 지명 5일 만에 짐을 싸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도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한 채 사퇴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박근혜 정부의 ‘수첩·밀봉 인사’,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등 정권마다 되풀이됐던 측근 기용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성보다 이념을 중시한 전임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최근 발표된 2021년도 정부 업무 평가에서 통일부·법무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 8곳이 C등급을 받았고, 이들 대부분이 여야 합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캠코더’ 인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인사청문회는 정권이 순항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물론 인수위 차원에서 100% 완벽한 검증이 힘들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분야별 전문가를 기용함은 물론 성별과 지역, 나이 등을 따지지 않는 탕평책을 통해 서로 견제가 가능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도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주요 보직 인선을 발표하며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최고 경륜, 실력 있는 사람을 모셔야 한다”며 “자리 나눠 먹기 식으론 국민통합이 안 된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자리가 1만 개에 달하며, 이런 구조가 제왕적 대통령제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윤석열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금까진 청와대가 지나치게 인사에 개입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며 “헌법에 명시돼 있는 책임 총리나 책임 장관 제도만 제대로 구현한다면 인사권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병역기피, 탈세, 위장전입, 음주운전 등 인사검증 7대 기준을 언급하며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했지만, 입맛에 맞는 ‘자기 사람’만 활용하려다 보니 끝내 무용지물이 됐다”면서 “정확한 기준을 세우고 능력이 좋다면 정적도 활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고위직 인사지침서인 ‘플럼북(plum book)’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직책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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