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중력과 모든 물리적인 법칙이 붕괴된다. 거대한 해일과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와 이상기후까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재난으로 전 세계는 공포와 혼란에 빠진다. 달과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일. 나사(미 항공우주국) 연구원 파울러(핼리 베리)는 전직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 자칭 우주전문가 KC(존 브래들리)와 함께 달의 추락을 막기 위해 우주선에 오른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문 폴’(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의 줄거리다. 제목 그대로 일정 궤도를 돌며 지구 주위를 공전하던 달이 지구로 떨어질 위기 상황을 그린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출자의 이름부터 봐야 한다. ‘인디펜던스 데이’를 시작으로 ‘투모로우’ ‘2012’ 등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인류의 모습을 그린 ‘재난 영화의 왕’ 롤랜드 에머리히가 메가폰을 잡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30년 가까이 재난 영화의 바이블을 구축해 온 68세 장인의 솜씨는 녹슬지 않았다.
달이 추락한다는 발칙한 ‘문 폴’의 상상의 시작점은 1969년 인류 최초 달을 밟았던 아폴로 11호다. “학교에선 아폴로 11호가 교신 두절됐던 게 2분이라고 배우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그들은 그날 뭔가를 발견했고, 그걸 50년이나 숨겨온 거야”라는 대사는 정상 궤도를 벗어난 달이 인류의 재앙으로 뒤바뀌는 상황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여전히 달을 둘러싼 음모론과 은폐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에머리히 감독은 크리스토퍼 나이트 작가가 쓴 ‘누가 달을 만들었는가’에서 영감을 얻어, ‘달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라는 출발선에서 이야기를 쌓아 올린다. ‘문 폴’의 스토리 라인은 뻔하고 익숙하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주인공들은 진실을 밝히려 고군분투하고, 대다수가 그들을 외면하는 상황 속에서도 소수의 권력자는 소신 있게 그들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 어긋난 가족사를 품고 있다. 인류 멸망이라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몇몇은 희생을 불사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 간 균열은 봉합된다.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지만 달을 둘러싼 음모론이 끊임없는 생명력을 얻듯, 숭고한 인류애를 강조한 재난 영화의 틀거지는 항상 지지받는다.
‘문 폴’은 단선적인 이야기 구조를 다양한 볼거리로 만회한다. 앞서 ‘투모로우’와 ‘2012’가 각각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기, 지진과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에 초점을 맞췄다면 ‘문 폴’은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한 재난 상황을 그린다. 지구와 충돌 직전까지 다가온 달로 인해 도시가 초토화되고 미국 뉴욕 한복판에 있어야 할 크라이슬러 빌딩의 잔해가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되는 등 에머리히 감독의 상상력이 효과적으로 시각화됐다. 130분. 12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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