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멀티테이너 김민종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명예이사이기도 하다. 평소 SM 후배들에게 신망이 높다. 이번에도 그가 신곡을 발표하자 보아, 강타, 에스파 지젤 등이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조 멀티테이너 김민종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명예이사이기도 하다. 평소 SM 후배들에게 신망이 높다. 이번에도 그가 신곡을 발표하자 보아, 강타, 에스파 지젤 등이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앨범 데뷔 30주년… 싱글 ‘긴 밤’ 낸 김민종

노래·연기되는 멀티테이너 원조
손지창과 ‘더 블루’로 많은 명곡

한동안 음악에 대한 자신감 잃어
어머니 생각하며 다시 음악 시작

소속사서 ‘긴밤’ 데모 듣고 매료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용기 내


“1년 넘는 보컬 연습 끝에 탄생한 신곡 ‘긴 밤(Endless Night)’…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가수 겸 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김민종이 올해 앨범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30주년이면 시끌벅적하게 꾸밀 만도 한 숫자인데 그는 평소 도를 넘지 않는 성격답게 지난달 21일 싱글 ‘긴 밤’을 발표한 뒤 라디오를 중심으로 소박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팬의 반응이 은근히 뜨겁다. 별 홍보 없이도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14만 건을 넘었다. 훨씬 깊어진 보컬로 돌아온 그를 15일 오후 전화로 만났다.

김민종은 노래와 연기 등 소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던 199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이자 요즘 대세인 멀티테이너의 원조다. 1988년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1992년 1집 타이틀곡 ‘또 다른 만남을 위해’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손지창과 함께한 듀오 ‘더 블루’는 수많은 명곡을 낳았고, ‘느낌’ ‘머나먼 나라’ 등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이번 ‘긴 밤’은 그 후로 오랜만에 만나는 새 노래다. 신곡으로는 2005년 영화 ‘종려나무숲’의 OST 이후 17년 만이고, 2012년 인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리메이크곡인 ‘아름다운 아픔’ 이후로도 10년이 지났다. 짧지 않은 ‘쉼표’였다.

신곡 ‘긴 밤’의 뮤직비디오 장면.
신곡 ‘긴 밤’의 뮤직비디오 장면.

“우선은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음악은) 더 이상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은 곡이 많고, 뛰어난 후배가 많더라. 내가 여기서 뭔가 더 하는 것은 무리수 같았다. 진짜다.”

거의 포기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몇 해 전 마음에 작은 후회와 함께 변화가 일었다.

“재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지난해 초 좋아하는 캠핑을 하다가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생전에 내가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즈음 보컬 레슨을 다시 하게 됐고 그게 계기가 된 것 같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A&R(아티스트&레퍼토리)팀을 통해 새 노래를 찾다가 우연히 ‘긴 밤’의 데모 테이프를 듣고 단번에 매료됐다. 하승민 소설가와 함께 작사 작업을 하고, 실력파 작곡팀 모쿠슈라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하지만 ‘긴 밤’은 김민종 특유의 보컬과는 조금 색깔이 다르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흉성(胸聲)보다 좀 더 부드러운 ‘비성(鼻聲)’을 쓴다. 당연히 변해야 했다.

“안 쓰던 소리를 내려니 정말 힘들었다. 연습하다가 여러 번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안 하면 정말 후회할 것 같더라. 녹음 시간만 평소보다 4∼5배 이상 걸렸다. 팬들이 그걸 알아주시는 것 같아 행복하다.”

이제 가수로서 돌아온 만큼 연기 활동에 거는 기대도 크다. 김민종은 “물론 연기도 하고 싶다. 대본 작업 중인 것도 있다”며 “이젠 주인공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존재감을 드러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조 멀티테이너로서 요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팝을 바라보는 마음은 남다를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젠 국내 음악방송을 전 세계가 동시에 본다. 세계지도를 볼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어떻게 이렇게 성장했을까. K-팝도, K-드라마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김민종에겐 숙제와도 같은 결혼 문제는 여전히 미정이다. 그러나 그는 결혼에 대한 로망은 숨기지 않았다.

“내 진짜 목표는 사실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사는 삶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사주팔자에 50대 중반에나 결혼한다던데, 어느덧 50대가 된 지금으로선 그리 멀지도 않게 됐다. 내 아내가 될 그분을 위해 그때까지 잘 준비하고 싶다. 하하.”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