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면서 자라는 아이들’ 펴낸 한미화 작가

출판평론가이자 어린이책 전문가인 한미화 작가의 ‘쓰면서 자라는 아이들’(어크로스)은 초등학교 3~4학년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글쓰기 코칭서’다. 전작 ‘아홉 살 독서 수업’ 출간 이후 마주한 ‘우리 아이는 읽기는 그럭저럭 하는데 쓰기는 왜 어려워할까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책은 글쓰기의 본질적 의미부터 실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까지 짚는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문화일보에서 만난 한 작가는 먼저 아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쓴 글을 나란히 보여줬다. 따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서툴지만 또박또박 글씨를 쓴 초등학교 1학년 때 일기에 비해 3~4학년엔 대충 쓴 기색이 역력했다. 5∼6학년 땐 조금 나아지더니 중학생 시절의 독서록은 ‘같은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만큼 달랐다. 글씨엔 정성이 배어 있고, 문체엔 개성과 재치가 담겨 있었다.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초등학교 3~4학년은 부모의 충고를 ‘잔소리’로 여기는 시기예요. 이때는 그저 아이의 글을 읽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감탄해주세요. 모든 어린이는 자기 나이만큼만 쓸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라는 어린이처럼 글도 꾸준히 쓰면 성장합니다.”
한 작가는 부모가 일반적 관습을 주입하느라 창의성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아이의 독후감을 보고 ‘책 읽고 느낀 거 없어?’라거나 ‘끝이 뭐 이래?’라고 타박하면 ‘내일부터 착하게 살겠다’는 식의 상투적 메시지만 남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이 ‘어린이는 시인’이라고 말했듯, 모든 어린이는 빛나는 말을 쏟아냅니다. 이상한 건 이런 아이가 글을 쓰면 반짝임이 사라진다는 사실이에요. 어쩌면 부모의 ‘나쁜 선입견’ 탓인지도 모르죠.”
아이가 글쓰기에 재미를 못 붙인다면 ‘편지’를 권해보라고 했다. 한 작가는 “편지는 ‘대상’이 있는 글”이라며 “대상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글도 생생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동생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겼을 때 편지를 쓰게 하세요. 감정을 말로 쏟아내면 서로를 할퀴게 되지만, 글을 쓰면 마음이 차분해지잖아요. 화나고 약한 모습을 글로 털어놓을 때 도리어 건강해집니다. 편지는 ‘글쓰기 훈련법’인 동시에 사색과 성찰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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