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 작가가 14일 문화일보에서 자녀의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다. 윤성호 기자
한미화 작가가 14일 문화일보에서 자녀의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다. 윤성호 기자

‘쓰면서 자라는 아이들’ 펴낸 한미화 작가

“빨간 펜은 잠시 내려놓고 정성스럽게 읽어주기만 하세요. 글쓰기 교육의 본질은 ‘문해력’을 기르는 게 아니라 ‘쓰는 일’의 희열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출판평론가이자 어린이책 전문가인 한미화 작가의 ‘쓰면서 자라는 아이들’(어크로스)은 초등학교 3~4학년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글쓰기 코칭서’다. 전작 ‘아홉 살 독서 수업’ 출간 이후 마주한 ‘우리 아이는 읽기는 그럭저럭 하는데 쓰기는 왜 어려워할까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책은 글쓰기의 본질적 의미부터 실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까지 짚는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문화일보에서 만난 한 작가는 먼저 아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쓴 글을 나란히 보여줬다. 따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서툴지만 또박또박 글씨를 쓴 초등학교 1학년 때 일기에 비해 3~4학년엔 대충 쓴 기색이 역력했다. 5∼6학년 땐 조금 나아지더니 중학생 시절의 독서록은 ‘같은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만큼 달랐다. 글씨엔 정성이 배어 있고, 문체엔 개성과 재치가 담겨 있었다.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초등학교 3~4학년은 부모의 충고를 ‘잔소리’로 여기는 시기예요. 이때는 그저 아이의 글을 읽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감탄해주세요. 모든 어린이는 자기 나이만큼만 쓸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라는 어린이처럼 글도 꾸준히 쓰면 성장합니다.”

한 작가는 부모가 일반적 관습을 주입하느라 창의성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아이의 독후감을 보고 ‘책 읽고 느낀 거 없어?’라거나 ‘끝이 뭐 이래?’라고 타박하면 ‘내일부터 착하게 살겠다’는 식의 상투적 메시지만 남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이 ‘어린이는 시인’이라고 말했듯, 모든 어린이는 빛나는 말을 쏟아냅니다. 이상한 건 이런 아이가 글을 쓰면 반짝임이 사라진다는 사실이에요. 어쩌면 부모의 ‘나쁜 선입견’ 탓인지도 모르죠.”

아이가 글쓰기에 재미를 못 붙인다면 ‘편지’를 권해보라고 했다. 한 작가는 “편지는 ‘대상’이 있는 글”이라며 “대상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글도 생생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동생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겼을 때 편지를 쓰게 하세요. 감정을 말로 쏟아내면 서로를 할퀴게 되지만, 글을 쓰면 마음이 차분해지잖아요. 화나고 약한 모습을 글로 털어놓을 때 도리어 건강해집니다. 편지는 ‘글쓰기 훈련법’인 동시에 사색과 성찰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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