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배 정치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곧 정식 출범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 50여 일간 인수위가 그리는 밑그림이 향후 5년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적인 관심도 높다. 인수위의 성패가 정권의 성패로 이어진다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라는 완충장치 없이 곧바로 출범한 것이 실패한 정부의 시발점이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 없이 하다 보니 공약을 거의 국가 주요 정책으로 그대로 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이 나왔고, 문 정부의 여러 실수가 거기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누구보다 성공한 대통령을 꿈꾸는 윤 당선인과 의욕이 충만한 인수위에 필요한 것은 ‘차분함’과 ‘냉정함’이다.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2017년)’에서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성공하려는 프레임’에 집착했고, 임기 5년에 달성하기 어려운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정치적으로 많은 좌절을 경험했다고 썼다. 그는 ‘성공하려는 프레임’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는 패러다임’을 강조한다.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돼야 성공한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지만 중요한 승리를 추구하고, 소수의 구체적인 국정과제를 추진하며, 명품 국정과제는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과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윤 당선인을 포함해 안 위원장이 새겨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선 공약을 기초로 국정과제를 만들어야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심성 공약은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못 지킬 약속은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대선 캠페인 기간 포퓰리즘 공약 비판에 앞장섰던 안 위원장이 공약을 재검증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아울러 연금개혁·노동개혁·저출산 대책 등 중요한 국가개혁 과제는 인수위 때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개혁과제는 위에서 언급한 큰 프로젝트와는 다르며, 5년 임기에 국한되지 않는 미래 세대를 위한 것들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는 피하고 싶던 얘기라도 이제는 해야 한다. 가장 힘이 강한 인수위 때부터 꼭 해야 할 문제들로 정책 우선순위를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인이 된 정두언 전 의원도 회고록에서 “대통령보다 높은 사람이 바로 대통령 당선인이다. 대통령은 투표자의 반수를 조금 넘는 지지를 받고 당선되지만, 당선된 직후에는 일시적이나마 온 국민의 새로운 기대 덕분에 압도적인 지지를 구가한다. 우리의 새 지도자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인수위 기간이 국가적 난제를 풀기 위한 정치적 합의의 적기(適期)라는 얘기다. 투표자 과반의 지지도 얻지 못했고 0.73%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거둔 윤 당선인이지만, 그나마 국민적 기대가 가장 높을 때 국가 개혁과제에 손을 대야 한다. 이런 것들은 당선인, 인수위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야권도, 국민도 모두 협조해야 가능하다.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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