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자들이 처벌 공포 벗어나
안전관리에 더 매진하게 해야”
부담·개선과제 1순위로 꼽혀
경영계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 필요성을 새로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과 최근 일련의 사고로 인한 고강도 수사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산업재해 예방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고의 원인관계 확인 이전에 중대재해 발생 사실만으로 거의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게 돌리고 비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월 실시한 ‘2022년 기업규제 전망조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부담지수가 가장 높은 1순위 규제로 조사됐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당시 조사는 전국 10인 이상 총 1123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16일 고용노동부 주무 책임자와 주요 기업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정부 당국의 수사 방향을 보면, 사고 발생 직후 대표를 입건하는 등 엄정수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법률이 명확하지 않아 재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관련 법 적용을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는 경영계 입장을 전달했다. 경총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업종별 주요 기업 17개사의 최고안전책임자와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 포럼’을 개최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들이 안전관리 수준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최근 사망사고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도 정부가 관련 수사에 더욱 신중을 기해줄 것을 제언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사고 발생만으로 대표가 수사를 받는다면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안전에 대한 의지도 약화돼 산재 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경영자들이 처벌의 공포에서 벗어나 사업장 안전관리에 더욱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빠른 시간 내에 새 정부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경총을 중심으로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수렴 중”이라면서 “법률전문가 검토를 거친 보완입법 건의서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도 새 정부 중점 추진 과제 1순위로 ‘주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규제 개선’을 꼽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선 직후인 지난 10∼11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300개 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많은 49%는 ‘중대재해처벌법·주52시간제 등 노동규제 개선’을 가장 시급히 추진돼야 할 과제로 뽑았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새 정부가 기업을 옥죄는 노동규제를 개선해 중소기업이 고용과 성장의 중심이 되는 시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경영계와 중소기업계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조만간 검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에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산업재해는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구속 요건 등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관범·이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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