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前 인하대 교수

3·9 대선에 나타난 국민의 표심이 매우 분열적이어서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 지역·이념·세대 간의 균열과 함께 이번 대선에서 새로이 젊은 세대의 남녀 간 균열까지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그 후보를 선호하지 않더라도 상대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표를 찍었다. 그 결과 유권자들이 두 쪽으로 나뉘어 겨우 24만여 표, 0.7%P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그래서 선거 직후 윤석열 당선인은 물론, 거의 모든 언론과 국민이 국민 통합,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역대 정권 거의 모두가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민·관 합동의 위원회를 뒀지만 성공적이진 못했다. 따라서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세련된 청사진이 필요하다.

첫째, 국민 통합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윤 당선인이 인수위를 발족시키면서 국민통합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었다. 그런데 위원회가 눈앞의 성과에 매달려 행사 위주로 국민 통합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국민 통합을 위한 큰 그림만을 그리고, 시민사회가 솔선수범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둘째, 국민을 결집할 수 있는 비전이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그동안 근대화·민주화·세계화·정보화라는 공동의 목표에 동의하고 힘을 합쳤다. 그런데 최근 국민 공동의 목표나 비전이 사라지면서 사회 갈등이 증폭됐다. 특히, 적폐청산에서 보듯이 과거 지향적인 목표는 오히려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 이제 미래 지향적이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 국민 누구든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방향, 국민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비전을 제시해야 국민 통합도 가능하다.

셋째, 사회 지도층의 각성이 필요하다. 좌우 사회 지도층이 상대방을 타도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동안 일부 사회 지도층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일반 국민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앞으로 종교·문화·언론·학계 등을 망라해 사회 지도층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구체적으로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넷째, 사회 지도층은 물론 일반 국민이 공화주의(republicanism)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엄연히 ‘민주공화국’임에도, 국민은 민주주의만을 강조하고 공화주의를 경시했다. 공화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외에 국민의 정치적 책임과 참여, 공직자의 윤리 의식 등을 강조한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면 공적 영역이 건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공화주의 정신이 넘쳐날 때 부정부패, 분열과 대립이 줄어들 것이다.

끝으로, 개인이나 집단이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최근 정보화시대에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 유튜브 1인 매체 등을 통해 가짜 뉴스, 혐오 발언 등이 기승을 부린다. 그로 인해 일반 국민이 진실이나 사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른바 ‘탈진실(post-truth)’ 사회가 등장했다. 온·오프라인에서 견해를 달리하는 양측이 상대방을 악마로 만드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국민 통합은 요원하다. 특히, 정보화가 우리의 발목을 잡지 않고 국민 통합에 기여할 때, 국민 통합형 디지털 문명사회가 될 수 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