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제가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는 사라진다”면서 “대통령실은 정부서울청사에 구축할 것”을 공약했다. 당선인 신분이 된 뒤엔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에서 근무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이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 1호 사업’으로 불리며 추진됐다. 많은 국민도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지키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하며 환호했다.

그런데 당선 1주일도 되지 않아 이상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의 광화문 이전에는 경호·의전 등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광화문 이전과 함께 청와대 조직의 대대적 축소와 국정 시스템의 전면 혁신까지 약속했기에 국민이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그렇지만 윤 당선인이 원래 지목했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는 대상지에서 빠지고,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가 입주한 서울청사 별관이 검토되고 있으며, 그중 국방부 쪽에 관심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런데 윤 후보가 약속한 것은 용산이 아니라 ‘광화문 시대’였다. 군 시설이 밀집한 국방부로 대통령실이 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연스러운 모습도 아니다. 국방부 부지가 시민들과 단절된 것은 청와대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국민에게 깨끗이 사과하고 공약을 접거나, 청와대에 당분간 머무르며 광화문 집무실을 준비하겠다며 솔직히 양해를 구하는 게 낫다. 광화문 이전이 불가한 이유를 대자면 100가지도 넘을 것이다. 실제로 건립 52년이 된 서울청사는 곧 재건축을 해야 할 정도로 낡았고, 건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발상을 바꾸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 백악관에도 담장을 넘거나 인근에서 총격이 발생하는 일이 있다. 서울청사 저층부 몇 층을 사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공약을 어기면서 임기를 시작하는 것보다 낫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잊어선 안 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