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된 러 외화 계좌서 지급
채권단에 전달될지는 미지수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첫 외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러시아가 16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채권 이자를 달러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운용이 불가능한 외화(달러, 유로화) 자산으로 지급한 것이어서 실제 채권단에 지급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서방의 채권자가 이자를 지급 받기 위해서는 미국이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신들은 이날 채권자들이 영국 런던 은행의 영업종료 전까지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만기가 도래한 2건의 외화표시 채권 이자 1억1700만 달러(약 1433억 원)를 달러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채권자들에 대한 의무를 이행했다”면서 “다만 외화 지불 가능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돈이 있고, 지불을 했고, 이제 공은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가 지급한 채권 이자는 미국에 의해 동결된 해외 러시아 외화 계좌에서 지급된 것이어서 채권자에게 실제 전달될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가 “공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한 이유다. 채권자들이 이자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이 자산 동결을 해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6430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외화보유액 중 절반에 해당하는 3000억 달러가 제재로 묶여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러시아 외환보유액을 도난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미국 은행이 채권 계약에 따라 결정된 통화로 러시아 채무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 제재 면제 조치를 취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시행 여부가 모호한 상황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에 대해 제재를 관장하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달러 이자 지급이 실패할 경우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방의 채권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어 이 경우 30일의 유예기간이 지난 4월 15일 러시아는 공식 디폴트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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